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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상대론에서 '상대성'을 설명할때 주의할 점

특수상대론을 배울때면 단골처럼 나오는 구절이 있다 :

❝ 나와 내 앞차가 고속도로를 100km/s의 같은속도로 달린다면, 나에게는 앞차가 정지한것으로 보이지만 지면에 있는 사람에게는 100km/s의 속도로 보인다. 이처럼, 대부분의 물리량이 관측하는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보인다.❞

 

꽤나 유명한 물리 다큐멘터리 ‘빛의 물리학’에서도[1], 유명 과학유튜버 ‘과학쿠키’도[2] 이런식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식의 설명으론 상대론의 핵심이 표현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상대론의 첫번째 원리는 ‘속도에 대한 절대적인 원점이 존재하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자동차 예시를 통해서는 그 점이 피부에 와닿지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조용하고 진동이 없는 차에서 눈과 귀를 막고 달린들, 우리는 그 차가 달리고 있다는걸 안다. 차가 달리는 운동은 몸으로 느낄수 있는 수준의 가속운동이기 때문이다. 미세한 진동, 코너를 돌때의 느낌, 앞차와의 간격조정, 차선변경을 하면서 느끼는 가속도 등은 분명 몸으로 느껴지는 것들이다. 아니면, 종이컵에 물을 가득채워 들고서 조수석에 앉아있어보라. 아무리 조심히 운전해도 그 물이 찰랑거리며 쏟아진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이 가속운동이라는 실험적 증거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지표면 위에서 가만히 있는것을 절대적인 정지상태라 느낀다. 하지만 상대론은 절대적인 정지상태란 없다는것을, 즉, 위치에 대한 절대적인 원점이 없듯이 속도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원점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지표면 위에 가만히 서있는것, 혹은 방안에 조용히 누워 있는것 조차 절대적인 정지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는 태양주변을 초당 30km 씩 이동한다. 태양계는 우리 미리내 은하를 중심으로 초당 200km 씩 이동한다. 심지어 우리의 은하계 또한 안드로메다 은하를 향해 초당 110km의 속도로 이동한다. 이렇게, 속도라고 하는것은 두 시스템 — ‘지구-태양’, ‘태양-미리내은하중심’, ‘미리내은하-안드로메다은하’ 와 같이 두개의 시스템 사이의 상대적인 물리량이다. 하지만 전체가 어떠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지는 어떤 물리적 실험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3]. 즉, 지표면에서 가만히 서있는 것이 정지상태인지, 광속의 99.9999%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인지 실험적으로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속도에 대한 ‘대칭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완벽한 구형의 물체를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어디가 위이고 어디가 아래인지 정하는것은 엿장수 마음이다. 즉, 구 표면에서는 절대적인 ‘원점’을 정할 수 없다. 이는, 구sphere라는 것이 일정각도만큼 돌려도 처음과 구분이 안되는 대칭적인 물체이기 때문인데, 속도도 그와 비슷하다. 즉, 텅빈우주에서 나와 너가 있을때, 내속도가 0이고 니속도가 10인지, 내속도가 100이고 니속도가 110인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특수상대론을 설명할 때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같은 예시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는 그들이 지표면에 대해서 일정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의식적으로, 마치 지표면이 절대적인 정지상태의 기준점인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특수상대론은 바로 그 절대적인 정지상태가 존재하지 않음을 핵심으로 삼고 있으므로, 오히려 자동차 예시가 물리 오개념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3] 절대적인 정지상태는 빛의 매질인 에태르에 대해 정지한 상태라 보고 지구의 절대적인 속도를 측정하려한 실험이 이 유명한 ‘마이켈슨-몰리' 실험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구의 절대속도를 측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