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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공전궤도 이심률을 계산하는 놀랍도록 간단한 방법 (2)

지난 포스팅에서 필자는 봄여름과 가을겨울간에 6~7일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통해 지구공전궤도의 이심률을 계산했다. 당시 글을 쓰며 들었던 한가지 의문이 있었는데, 그에관해 생각하던 중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되어 후속 포스팅을 쓴다.

 

계절길이를 통한 계산에서 가장 의문스러웠던 부분은 봄-여름과 가을-겨울사이의 비대칭이었다. 우선  4계절의 길이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자 :

봄 : 92.74일 / 여름 : 93.66일

가을 : 89.86일 /겨울 : 88.98일

 

지난 포스팅 방법대로 계산하면 : \( e=\frac{\pi}{4}\frac{T_2-T_1}{T_2+T_1} \simeq 0.0163 \). 이는 실제지구 공전궤도 이심률 0.0167 과 매우 유사하다. 이 계산은 ‘케플러 법칙’이라는 확고한 이론적 바탕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설명 할 수 없는 한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그것은 봄-여름과 가을-겨울 사이의 비대칭이다.

 

동지점과 하지점을 잇는 선분을 장축으로 보고, 또 춘-추분을 잇는 선과 장축의 교점을 초점으로 본다면, 봄-여름과 가을-겨울은 정확히 대칭적이다. 다시말해, 태양과 지구를 잇는 선분이 봄 동안 휩쓸고 지나간 면적은 여름 동안 휩쓸고 지나간 면적과 정확히 같고 가을과 겨울도 정확히 같은 면적은 가진다. 하지만 여름은 봄 보다 약 0.92일 더 길고 가을은 겨울보다 약 0.88일 더 길다. … 왜 그런걸까?

 

필자는 상대론적 효과나 목성/토성 같은 무거운 행성의 중력 등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것들이 원인이라기엔 비대칭의 정도가 너무 컷고 또 긴 시간속에서 그 경향성이 일정하다는 것도 그 원인과는 맞지 않아보였다. 그러다 뒤늦게 떠오른 생각은 하지-동지를 잇는선이 지구공전궤도의 장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지구의 자전축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공전평면과 수직한 직선으로부터 약 23.44도 기울어 졌있다고 하지만, 이는 고정된 값이 아니라 약 4만년을 주기로 22.1도에서 24.5도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또 자전축이 가리키는 방향도 마치 팽이축이 빙글빙글 돌듯 약 2만5천년을 주기로 돈다. 심지어 지구공전궤도의 이심률도 천문학적 시간 속에서 일정하지 않고, 타원자체도 태양을 중심으로 세차운동한다. 이렇게 지구의 자전이나 공전과 관련한 변수들이 긴 주기 속에서 변하는 현상을 통틀어 ‘밀랑코비치 주기Milankovitch cycle’라 부른다.

 

즉, 원일점지구가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시점과 하지점1년 중 태양고도가 가장 높은 시점 은 정확히 일치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춘분과 근일점 사이의 각도 \(\Lambda\)를 ‘longitude of the perihelion’이라 부르는데, NASA에서 제공하는 data를 보면 이 값이 2023년 기준 283.290도이다. 즉, 위 그림에서 \(\theta\)의 값은 \(\Lambda\)에서 270도를 뺀 13.290도라는 말이다.

 

이 값이 참이라는건 금방 확인해볼 수 있다. 지구공전궤도 이심률이 워낙 작기 때문에 \(\theta\) 와 \( 360^{\circ} \) 간의 비율은 원일점-하지점길이와 1년길이 간의 비율과 거의 같아야 한다. 하지는 약 6월 20일경, 지구-태양거리가 가장 먼 날은 7월 초인데, 이 두시점은 14일 정도 차이난다. 이를 통해 \(\theta\)의 값을 계산해보면 :

$$\theta = \frac{14}{365.25} \times 365^{\circ} = 13.8^{\circ}$$

 

이렇게 보면 왜 봄-여름과 가을-겨울이 왜 대칭적이지 않은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먼저 개념적으로 따져보자.

 

케플러 2법칙에 따라, 태양-지구를 잇는 선이 휩쓸고 지나간 면적은 그동안 흐른 시간에 비례한다. 즉, 비례상수를 1로 두면, 태양-지구를 잇는 선분이 춘분부터 하지까지 휩쓸고 지나간 면적은 봄의 길이이고 하지부터 추분까지 휩쓸고 지나간 면적은 여름의 길이인것이다. 그리고 위 그림에서 보이듯, 여름의 면적은 봄의 면적보다 크다. 또, 가을의 면적은 겨울의 면적보다 크다. 이는 여름이 봄보다 길고 가을이 겨울보다 길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이런 분석이 타당하다는 사실은 간단한 대소비교를 통해 더욱 명징해진다. 계산을 위해 먼저, 필요한 각 영역들에 이름을 붙여주자 :  

 

케플러 2법칙에서 시간과 면적사이의 비례상수를 1로 두면, 각 계절의 길이는 다음과 같이 나타내어진다 :

— (봄) = \(A-p_1+q\)

— (여름) = \(A+p_1-q\)

— (가을) = \(B-p_2+q\)

— (겨울) = \(B+p_2-q\)

 

따라서 봄-여름, 가을-겨울간의 차이는 :

— (여름)-(봄) = \(2(p_1-q)\)

— (가을)-(겨울) = \(2(q-p_2)\)

 

복잡한 계산을 통해 정확한 값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간단한 대소비교를 위해 여기서부턴 근사를 하자. \(p_1\)의 넓이는 밑변길이가 \(1+e\) 이고 한변의 각도가 \(\theta\)인 직각삼각형의 넓이라 두자. 다른 넓이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

— \(q_1=\frac{1}{2} (1+e)^2 \mathrm{tan}\theta\)

— \(q_2=\frac{1}{2} (1-e)^2 \mathrm{tan}\theta\)

— \(p= \frac{1}{2}(1-e^2)^2 \mathrm{tan}\theta\)

 

\(\theta=15^{\circ}\) 일때 \(\textrm{tan}\theta\)와 \(\theta\)의 값은 서로 10% 정도 차이난다. 즉, 이 경우 \(\theta ^2\) 이하의 항을 빼서 생기는 오차는 1%정도이니, \(\mathrm{tan} \theta \simeq \theta \)는 간단한 대소비교를 위해선 꽤나 훌륭한 근사법이다. 지구의 이심률은 약 0.0167이니 이 또한 first order까지만 계산해도 충분하다 싶지만, 막상해보면 \(e^2\) 항까지 가야 대소비교가 된다 :

— \(q_1 \simeq \frac{1}{2} (1+2e+e^2) \theta\)

— \(q_2 \simeq \frac{1}{2} (1-2e+e^2) \theta\)

— \(p \simeq \frac{1}{2} (1-2e^2) \theta\)

 

이를 통해 봄-여름과 가을-겨울간의 차이를 계산해보면:

— (여름)-(봄) = \(2(p_1-q) \simeq 2e\theta(1-\frac{1}{2}e^2 \theta) \)

— (가을)-(겨울) = \(2(q-p_2) \simeq 2e\theta(1-\frac{3}{2}e^2 \theta) \)

 

즉, 궤도면적에 대한 계산을 통해 가을-겨울간의 차이가 여름-봄간의 차이보다 \( e^2 \theta \) 만큼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가을-겨울의 차이는 0.88일, 여름-봄 차이는 0.92일로, 가을-겨울 차이가 여름-봄 차이보다 약 0.04일 작다.

 

더 나아가 이 두 숫자사이 비율에 대한 실제과 계산이 맞는지 확인해보면 : \( \frac{0.88}{0.92}=0.9565 \cdots \), \( \frac{2(q-p_2)}{2(p_1-q)} = \frac{1-\frac{3}{2} \theta}{1-\frac{1}{2} \theta} = 0.98239 \cdots \). 봄-여름 차이와 가을-겨울 차이에 사이의 비율까지도 상당히 정확히 계산되는걸 확인 할 수 있다.

 

봄-여름과 가을-겨울의 비대칭은 longitude of the perihelion \(\Lambda\)가 정확히 270도가 아니라는 사실 — 즉, 타원위에서 볼 때 하지/동지점에서 지구자전축이 타원의 장축과 평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그 이유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더 생긴다. 그렇다면 하지-동지를 잇는 선을 장축으로 보고했던 이전 계산은 어떻게 그리 정확한 이심률로 연결될 수 있었나?

 

위 그림과 수식을 보면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봄여름의 합은 \( (A-p_1+q)+(A+p_1-q) = 2A \) 이고 가을겨울의 합은 \( (B-p_2+q)+(B+p_2-q) = 2B \) 이다. 즉, 봄여름 면적과 가을겨울 면적은 \(\Lambda\)가 어떤 값을 가지든 상관없이 태양에서 시작해 장축과 수직하게 뻗어나가는 선 기준으로 좌우로 나눠지는 것이다. 따라서 봄여름과 가을겨울을 한덩어리로 묶는 그 자체가 지구자전축에 대한 효과를 상쇄해주어 이전 포스팅과 같은 분석을 가능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