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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행렬 \(D\)에 대한 몇가지 연구주제

미분연산자 \( \frac{d}{dx} \)를 행렬처럼 다룬다는 사실은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내내 떨쳐지지 않는 불편함으로 남아있었다. 그 누가 시킨것도 아니요 그것이 시험에 나올일도 없었지만, 그 불편함은 나를 긴 고민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 끝에 나는 그것이 정말로 행렬형태로 표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또한 그렇게 행렬로 표현된 미분연산자의 성질은 교과서에 기술된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고, 양자역학의 위치-운동량 commutation relation \( [x,p]=i\hbar \) 까지 정확히 만족했다.

 

그 과정에 쓰인 수학적내용은 고등학교서 배우는 기본적인 미분개념이었지만, 미분연산자를 그렇게 \( n \times n \) 행렬로 나타내는 문헌은 내가 아는한 없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론적 분석방법을 긴 고민끝에 스스로 찾아냈다는 사실은 내게 큰 성취감을 주었고, 이후에는 이와 관련한 몇편의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게 되었다 :

미분은 행렬이다블로그

미분은 행렬이다유튜브

양자역학에서 발견한 시뮬레이션 우주유튜브

양자역학에서 발견한 시뮬레이션 우주 (부록)블로그

 

하지만 미분연산자 \( \frac{d}{dx} \)를 행렬로 나타낼 수 있다는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재미있고 신선한 시각에 그칠만한 것이 아니라 느낀다. 나는 그 아이디어가 더 깊이 연구되고 정리된다면 독립적인 과목으로 취급 될만큼의 거대한 무언가의 일부라고 느껴왔다. 하지만 한두걸음만 더 들어가도 그 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방대한지 느낄 수 있었고, 첫 성취에서 시작된 몇가닥의 가냘픈 가지는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가냘픈 몇가닥’이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대학 학부과정에서는 해석적으로 정확히 풀 수 있는 대표적인 미분방정식들을 배운다. 하지만 현실세계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완벽한 방법’은 쉽게 힘을 잃고, 우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필요한 정도의 결과를 주는 ‘근사적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들어 유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물리현상을 미분방정식으로 기술 할 때, 우리는 공간과 시간을 컴퓨터가 한정된시간내에 계산 할 수 있는 해상도의 ‘mesh’로 나타낸다. 예를들어 1m 길이의 1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물리현상을 기술하기 위해 이 길이를 100등분 한다 하자 : \(  x_n = \left\{ x_1, x_2, x_3 \cdots,x_{99}, x_{100} \right\}  \). 이때 분석하고자 하는 함수 \(f(x)\)는 다음과 같은 column matrix로 나타낼 수 있다 :

\(  f(x_n) = \begin{Bmatrix} f(x_1) \\ f(x_2) \\ \vdots \\ f(x_n) \end{Bmatrix} \)

 

따라서,  \( \frac{d}{dx} \)를 \( n \times n \) 행렬로 나타낸다면,  \( \sum_{k=0}^{\infty} c_k \left ( \frac{d}{dx} \right )^k f(x)=0 \) 형태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미분방정식은 고유치 문제로 치환 할 수 있다.

 

한가지 예시를 살펴보자. 우선 편의상 \( \frac{d}{dx}=D \)로 두자. 그렇다면 \( \left ( 4D^4+3D^3+2D^2 \right )f(x)=0\)는 \(D^2f(x)=g(x) \)로 두면 \( \left ( 4D^2+3D \right )g(x) = -2g(x) \) 라 쓸 수 있다. 이는 \( Mg(x) = \lambda g(X) \)의 형태 — 즉, 고유치 문제이다. 슈뢰딩거 방정식 \( H\Psi = E\Psi \)에서 \( H \)도 이와같이 미분연산자의 다항식 형태로 나타내어지므로, 모든 양자역학 문제는 행렬로 표현되는 고유치 문제로 치환 될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로 고체이론계산이나 분자에 대한 양자역학 계산을 할 때, 혹은 어떤 유체, 기계, 전자시스템 등에 대한 미분방정식을 수치적으로 풀때도 이런 식의 유한한 mesh와 component들로 구성된 일련의 계산과정을 따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행렬식 접근’에 대해 전반적/체계적으로 정리 해놓은 문헌을 본적이 없다. 그 고유치문제는 수학/물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런 시각으로 여러가지 대표적인 특수함수들은 어떻게 풀리는지, 또 그런 특수함수의 solution들 사이의 직교성은 일반적으로 선형대수에서 다루는 직교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 미분이 행렬이라면 적분은 역행렬이다. 적분문제를 행렬의 시각으로 다룬다면 그 속엔 어떤 수학적 형태와 논리와 상관관계가 있을까? 어쩌면 이런 식으로 미분방정식을 바라보고 정리하는 것이 하나의 큰 학문적 과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큰 issue는 ‘분수계 미분 Fractional Calculus’이다. 미분연산자가 행렬 \(D\)라면, 과연 \( D^{\frac{1}{2}} \times D^{\frac{1}{2}} \)를 만족하는 \( D^{\frac{1}{2}} \)는 존재하는가?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 \frac{1}{n} \)계 미분’에 대응하는 행렬은 존재할까?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갈 수 있다면, 우리는 지수를 확장하는것처럼 ‘\( \pi \)번 미분’이나 ‘\( i \)번 미분’, 심지어 임의의 행렬 \(  \mathbf{A} \)에 대해서 ‘\(  \mathbf{A} \)번 미분’이라는 것도 정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접근방식이 어떠한 물리/수학적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기존의 분수계 미분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하는것도 — 어쩌면 내가 모르는 하나의 큰 수학분야일수도, 아니면 알려지지않은 미지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