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후위기론은 선전선동이라는 기사를 보고..

 

얼마전, 다음과 같은 기사제목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후위기론은 선전·선동, 실존적 위협 아냐”… 세계적 석학 입 열었다.

 

여지껏 침묵하고 있던 어떤 세계적 석학이 기후위기론의 진실을 폭로 한 것 같이 느껴지는 제목이었지만, 내용을 읽고나선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제목에 소개된 ‘세계적 석학’은 1983년부터 2013년까지 MIT에서 근무한 리처드 린젠 Richard Lindzen 교수이다. 그는 온실가스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이 구름형성에 영향을 끼쳐 오히려 그것이 결과적으로 온난화영향을 상쇄한다는 ‘홍체 가설 iris hyphothesis’을 제시했다. 그가 홍체가설을 제시한것은 2001년이며, 이는 당시 한국언론에도 보도되었다[1]. 당시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린젠교수의 주장이 실려있다 :

 

대부분의 기상학자들은 대기속으로 뿜어진 온실가스가 지표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를 대기권내에 가둠으로써 기온을 상승시키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방치될 경우 100년 후 기온이 섭씨 3~4도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린드젠 교수도 지구가 점차 더워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상승폭은 섭씨 1도 미만이라고 예상한다.

 

2001년 당시 지구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0.5도 가량 높었다. 그리고 그것은 21세기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 2020년이 지나며 1도를 넘었고, 2022년 기준 1.13도를 기록했다[2].

 

린젠교수의 주장이 옳다면, 이러한 기온상승이 구름형성에 영향을 주어 자연스러운 냉각현상이 일어나야 한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을위한 인류의 어떤 종류의 노력이나 대처 없이도 기온상승은 1.5도 선을 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그러한 기온하강의 조짐이 있는가? — 린젠 교수가 ‘1도’라는 수치를 말한것은 20년 전이며, 그 사이 지구평균온도는 0.6도 가량 올랐다[3]. 그리그 그 상승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구는 분명 지속적으로 더워지고 있으며, 그런 냉각현상은 관측되지 않는다.

 

아니면 그런 예상을 뒷받침하는 신뢰 할만한 기후모델이나 관련 시뮬레이션이 있는가? — 적어도 과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선에선 없는 걸로 보인다. ‘홍체가설’이 여전히 ‘가설’로 불뤼는, 이유는 그것이 과학자들의 검증과정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수많은 이론과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탄소배출량과 기온상승은 선형적인 관계에 있다[4]. 그것은 과거와 현재의 온도변화 경향성을 훌륭히 설명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결과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없다면 지구기온의 상승추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나는 자연과학을 다루는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면서, 상대론이나 지구의 자전을, 심지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까지 — 다양한 회의론자와 음모론자들을 심심치않게 봐왔다. 나는 분명, 그러한 의견이나 태도가 어떤식으로든 우리 사회에 직간접적 영향을 준다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열정어린 외침을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안타까운 시간낭비로 여긴다[5]. 또, 그들이 상대론과 지구의 자전을 믿든말든 상관없이, 그 사실에 기반하여 운영되는 GPS는 누구에게나 자비롭게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후문제는 다르다. 그 문제의 당사자는 인류전체이고, 자신이 그 사실을 믿든 믿지않든,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그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기사를 더욱 우려 할 수 밖에 없다. 20년도 넘게 기후위기를 부정해온 사람을 두고 ‘세계적 석학이 입을 열었다’는 표현부터 사실과 다르고, ‘기후위기론은 선전선동이다’라는 내용 또한 사실이 아니다[6]. 린젠교수나 기사내용과는 상관없는 툰베리의 사진과 그 사진아래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끼워넣는것 또한 — 그것이 이 기사내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고, 또 그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는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세계적 석학’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확률적 해석을 강하게 부정했지만, 확률에 기반한 양자역학이론은 그런 세계적이고 역사적인 과학자의 반대와는 전혀 상관없이 탄생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처절하고 철저하게 검증되어 왔다. 과학자들은 병적으로 의심 많은 사람들이고, 모든것을 직접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인류활동이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역시, 그런 과학자들에 의한 처절한 검증과정을 거쳤다. 그것은 단단한 실험적/이론적 기반위에 서 있는 과학적 사실인것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며 여전히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를 변화시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진위여부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해, 2021년 두명의 기후학자와 한명의 통계물리학자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한 스위스왕립과학아카테미의 해설자료내용을 전한다[7] :

 

마나베 슈쿠로와 클라우스 하셀만은 알프레드 노벨의 정신에 따라 지구기후에 대한 지식을 위한 견고한 물리적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인류에 지대한 기여를 남겼다. 기후모델은 명백하다. 우리는 더 이상 몰랐다고 말할 수 없다.

 

Syukuro Manabe and Klaus Hasselmann have contributed to the greatest benefit for humankind, in the spirit of Alfred Nobel, by providing a solid physical foundation for our knowledge of Earth’s climate. We can no longer say that we did not know – the climate models are unequivocal.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가? — 그렇다.

그 원인은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인가? — 그렇다

이것이 자연적 요인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 그렇지 않다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기온 상승의 원인인가? — 그렇다

 

Is Earth heating up? Yes.

Is the cause the increased amounts of greenhouse gases in the atmosphere? Yes.

Can this be explained solely by natural factors? No.

Are humanity’s emissions the reason for the increasing temperature? Yes.


[3] 지구평균기온을 0.6도 올리는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구평균기온이 0.6도 올랐다는것은 바닷물의 온도도 그정도 올랐다는 말인데, 바닷물의 평균온도를 0.6도 올리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상상해본적 있는가? 실제 온난화로 인한 대부분의 열은 바다에 축적되며, 그렇게 증가하는 바다의 에너지는 ‘zeta joule (1021 joule)’이라는 어마어마한 단위로 표시된다.

[5] 미국 성인 1,134명을 대상으로 2021년 시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지구가 둥글다고 ‘믿지 않는’ 사람의 비율은 10%이고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확실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은 9%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지구가 평평하다는 음모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이는 설문이 시행된 미국만의 문제일까? 어쩌면 이러한 음모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내가 생각하는것 보다 훨씬 클 수도 있을것 같다.

[6] 기후변화가 인류의 삶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선전선동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그것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옹호하며 이용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느낀다. 최근 전국적으로 ‘기후대응 도시숲’이 만들어지고 있다. 헌데 그 취지와 목적을 여러방면에서 따져봐도, 나는 그것이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 할 수 있다는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거기엔 수백억 예산이 배정되어 쓰이고 있다. 나는 ‘기후’라는 이름이 예산을 따오는데 이용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