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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1 교과서 비판 (2)

나는 고등학생을 위한 상대론 강의를 기획하고 있다. 그 과정속에서 자연스레 고등 물리교과서와 EBS교재를 보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그 구성은 부실했고 내용은 오류투성이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빛거울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발견한 다른 여러문제들을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크고작은 오류 이전에, 보다 본질적인 질문하나를 던져본다 :

교과서 설명만으로 특수상대론의 핵심을 이해 할 수 있는가?

 

턱도 없다고 본다. 나는, 고등학생이 <물리학1> 교과서 설명만으로 특수상대론의 핵심을 이해하는건 사실상 불가능이라 느낀다.

 

특수상대론은 ‘상대성원리’와 ‘광속불변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이 두 원리에 대한 이해만 제대로 있다면, 나머지 내용은 그에 대한 간단한 논리적 귀결이다. 그 결과가 사람감각에 기반한 물리적 직관에 크게 반할 뿐, 상대론의 논리적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교과서에서는 그 두가지 핵심원리를 전달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빛거울 문제’에서 모순을 찾아낼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전 포스팅에서 설명했듯, ‘빛거울 문제’는 설명해야할 원리를 미리 전제하고 만든 문제이며, 학생들이 그 속의 논리전개를 따라감으로써 상대성원리와 광속불변원리의 함의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특수상대론은 그 두 원리 위에 서있으므로, ‘빛거울 문제’ 이후의 모든 내용은 모래위에 집짓기나 다름없다.

 

내가 알고있는 것 중 진입장벽이 낮으면서 동시에 가장 정확하고 완결성있는 특수상대론 설명은 Susskind의 <The Theoritical Minimum> 시리즈의 3편에 있다. 물론, 여기서는 특수상대론 설명에 100page가량의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고, 고등학교 물리교과서에 그정도 분량과 깊이를 싣는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교육자에겐 ‘가능한 최선’을 찾기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빛거울 문제’만 고치면 되는건 아니다. 여러가지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나는 <물리학1>의 전반적 설명이 ‘고등학생에게 특수상대론의 핵심개념을 이해시킨다’는 본질적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고 느낀다. 그 말고도 다른 많은 문제들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동아출판 <물리학1> 65page에선 자동차를 예시로 들며 상대속도 공식이 ‘ \( v_{AB} = v_B - v_A \) ’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문단에서 ‘그런데 물체가 빛의 속력처럼 매우 빨라지면 기존의 방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는 문장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 그렇다면 자동차 처럼 느린속도에서는 \( v_{AB} = v_B - v_A \)이고, 광속에 가까워지면 다르단 말인가? 그 ‘기존방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란건 광속에 어느정도 가까워져야 나타나는건가? — 교과서 설명은 근본적으로 틀렸다. 그리고 이는 학생들에게 상대론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오개념을 남길 수 있다.

 

상대론적 효과는 자동차 정도의 느린속도에서는 없다가 광속의 몇십 퍼센트 정도 수준으로 빨라지면 갑자기 생겨나는게 아니다. 20세기 초반 상대론이 처음 나왔을땐, 그 타당성을 그런 극단적인 경우에 대해서만 확인 할 수 있었다. 원자핵이 분열되면서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하는것은, 그 속의 기본입자들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운동하며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중력에 의한 효과 또한 개기일식을 통해 관측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당시엔 태양과 같은 거대한 질량에 대해서만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론적 효과는 이론상으로 훨씬 더 느린 속도, 훨신 더 약한 중력에서도 발생하며, 이는 측정기술이 발달하며 상당한 정밀도로 측정되었다. 2010년 경에는, 우사인볼트 달리기 속도 정도에서의 시간지연과 1미터 정도 높이차에 대한 중력효과도 실험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어떤 경우라도, 1차원상에서 운동하는 A와 B간의 상대속도는 \( v_{BA} = \frac{v_{B} - v_{A} }{1 - \frac{v_A v_B}{c^2}} \) 이다. 하지만 교과서 설명 자체만 놓고보자면, 상대론적 효과는 느린속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것이다.

 

이런 문제는 EBS <수능특강>에도 있었다. 22학년도 <수능특강> 물리1 교재 76page에는 교과서와 동일한 단어와 수식으로 상대속도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25학년도 교재에서는 ‘상대속도’라는 소제목이 ‘고전역학에서의 상대속도’로 바뀌었고, 관련식 또한 22학년도에는 아무런 comment 없이 ‘ \( v_{AB} = v_B - v_A \)’라고 나왔다가 25학년도에는 ‘ \( v_{AB} = v_B - v_A \) (단, \(v_A\), \(v_B\)는 빛의 속력 \(c\)보다 매우 작음 )’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매년 새로 발간되는 EBS교재에선 누군가 이 문제를 지적했던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과서는 교육과정이 바뀌기 전까진 그대로 간다. 학생들은 여전히 그런 잘못된 설명으로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물리학1’에 상대론이 처음들어온 것은 2015년에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이다. 이때 상대론단원을 맡은 교과서 집필진은 상대론을 ‘광속에 근접했을때만 적용되는 이론’으로 이해했던것 같다. 헌데 이건, 그야말로 물리학과 학부생만도 못한 처참한 이해 수준인데, 처음에 나는 ‘그럴리 없다’며 내가 뭔가 잘못보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교과서 전반을 보다 꼼꼼히 살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몰이해의 흔적은 교과서 다른 곳곳에서도 보이기 때문이다.

 

동아출판 <물리학1> 77page ‘중단원 마무리’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

동시성의 상대성 : 한 관측자에게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상대적으로 빛의 속력에 가깝게 운동하는 다른 관측자에게는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아닐 수 있다.

 

나는 이 문장이 굉장히 안좋은 문장이라 생각한다. 상대론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이 문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는’이란 표현이 들어간 것은, B가 A에 대해 광속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운동한다면 A와 B의 동시는 같아질 수 있단 말인가? 앞서 상대속도를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 그런것 같다. 그렇다면 광속의 50%? 90%? — ‘A와 B의 동시가 달라지는 경계속도’는 정확히 어느쯤인가? 또 문장 말미에 ‘아닐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A에게 동시인 두 사건이 B에게는 동시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단 말인가? 어떨때 ‘인것’이고 어떨때 ‘아닌것’이란 말인가? 그 여부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이거나 느린속도이거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나는 왜 이렇게 문장을 불분명하게 쓴것인지 이해 할 수 없다. 일단, ‘광속에 가깝게’린 말은 넣을 필요가 없다. 상대론적 효과가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것 처럼 기술하는 것은, 앞선 상대속도 설명에서의 오류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란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한다. 만약 집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광속 자체가 워낙 큰 값이라, 느린 속도에서는 그 효과를 측정하는것이 어렵다 ’는 것이었다면, 그냥 이를 한문단 정도 할애해서 설명하면 그만이다. 앞서 상대속도 설명 할 때 공식을 활용 했으니, ‘\( v_{BA} = \frac{v_{B} - v_{A} }{1 - \frac{v_A v_B}{c^2}} \)에서 \(c^2\)이 너무 크기때문에 \( v_{A} \) 와 \( v_{B} \)가 광속에 비견할만큼 커지지 않으면 그 효과를 관측 하기 어렵다 ’ 고 설명하는 되는일 아닌가? 그런 설명을 생각해내는것이 그리 어려운것도 아니고, 그 수학적 난이도가 고교생에게 못할만큼 그리 높은것도 아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오류가 나오는걸 보면, 나는 실제로 집필진이 상대론을 그렇게 이해하고있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위 문장을 ‘한 관측자에게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다른 속도로 운동하는 관측자에게는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아닐 수 있다 ’로 고치면 될까? — 이 문장은 그 자체로는 참이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아닐 수 있다’에서 상당한 불만을 느낀다 — 교과서 설명만으론 왜 ‘아니다’가 아니라 ‘아닐 수 있다’인지 판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과서에는 흔히, ‘로켓의 중심에서 양쪽 거울로 레이저를 쏘는 예시’를 통해 동시성의 상대성을 설명한다. 양쪽 거울에 레이저 빛이 닿는 두사건은 로켓을 타고있는 사람에겐 동시이지만 밖에있는 사람에겐 동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과서 67page엔 한바닥을 써서 동시성의 상대성을 설명하는데, 거기에 나오는 예시는 이 ‘로켓실험’ 하나 뿐이다. 그러니, 이를 통해 학생들이 알 수 있는 것은 ‘한 관측자에게 동시에 일어난 사건은 다른 속도로 운동하는 관측자에게는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아닐 수 있다’는건 어떤 상황에 대한 기술인가? — 그건, ‘어떤 한 관측자에 대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일어난 두 사건 A,B’에 대한 기술이다. 아마 상대론을 깊이있게 배우지 않으신 분들은 이미 머리가 뒤죽박죽일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당연하다. 이런 설명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이 모든것들을 ‘시공간 도표 space-time diagram’ 상에서 봐야 한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시공도표를 그리지 않는다. 그리고 교과서엔 동시성의 상대성을 요약한 그 한문장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 그렇게 교과서 곳곳은 오류와 해석불능의 문장들로 얼룩져 있는것이다.

 

문제는 계속된다. 동아출판 물리1 교과서 ‘1. 역학과 에너지’ 단원의 ‘대단원 마무리’에 가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온다 :

 

앞서 핵분열 언급할때 잠시 설명했듯, 우라늄 235 (235U) 같은 원자가 분열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내는것은, 그 속의 기본입자들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운동하며 상호작용하고 있었는데 이 에너지가 핵분열과정에서 방출되기 때문이다. 즉, 그런 원자핵 속의 에너지가 외부에서 볼땐 질량이었는데, 핵이 분열되면서 그 질량이 에너지로 형태가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은 옳다.

 

문제는 ㉡이다. 답지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수증기가 물로 변환되는 것은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증기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나타나는 물리적 상태 변화이므로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질랑-에너지 등가’ 개념은 정확히 이해하기가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을 면밀히 살펴보면 따져볼 것들이 꽤나 많다. 답지설명을 달리말하면 ‘수증기의 열에너지가 냉각수로 전달되면서 응축되는 ‘물리적 상태변화’에서는 질량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틀린설명이다. 예를 들어, 단단한 정사각형 상자속에 있는 1 mole의 물분자가 뜨거운 수증기 상태로 있다가 상자외부로 열이 전달되면서 차가운 물로 변했다 해보자. 상자내부의 물분자 각각에 대한 ‘정지질량’을 고려한다면, 상태변화 전후의 ‘정지질량의 총 합’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1 mole의 물분자를 하나의 system으로 보면, 전체에너지가 감소했으로 전체질량 또한 감소한것이다. 이는 ㉠과 같은 논리이다. 단지 ㉠에서는 방출된 에너지가 애초에 핵속 쿼크들의 운동에너지와 퍼텐셜에너지였고, ㉡에서는 수증기를 이루는 물분자들의 운동에너지와 퍼텐셜에너지 였을 뿐이다. 구성입자들 전체를 하나의 system으로 본다면 똑같이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질량이 줄어든 것이다. 답지에서는 ‘물리적 상태변화 이므로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고 했는데, 뜨거운 물은 차가운 물보다 무겁다. 그 정도가 대단히 미세할뿐이다. 그 뜨거운물을 가열해 수증기가 되면, 역시나 미세하긴 하지만 system 전체질량은 더 크다. 분명 교과서 집필자들은, ‘상대론은 자동차 같은 느린속도에서는 적용되지 않으며 에너지-질량등가 \( E=mc^2 \)는 물을 끓이는것 같은 일상적인 에너지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혹시 이런 개념이 생소하고 이해가지 않는다면, 파인만의 지도교수였던 휠러<Spacetime  Physics>를 읽어 볼 것을 추천드린다. 이 책 8장에서 저자는 ‘질량-에너지 등가’ 개념을 상세히 풀어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나 물을 끓이는 정도의 일상적 에너지부터 핵융합 반응같은 높은 에너지를 수반하는 반응까지 고루 예를들며 반응 전/후의 질량증가 정도를 계산해놓은 표는 꽤나 흥미롭다 :

 

따라서 ‘수증기를 식히는 장치’ 내부에서는 에너지 전달로 인한 질량감소가 일어난다. 그런데 ㉡에서는 거꾸로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환된다’라고 했으니 틀린것 아닌가? 나는 이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에 제시된 발전소 도식을 보면, ‘수증기를 식히는 장치’ 속엔 터빈이 있다. 뜨거운 수증기의 그 높은 운동에너지로 터빈을 돌리게 되는것인데, 정지한 터빈이 돌아가면 터빈의 에너지가 증가하는 것이고, 터빈의 에너지가 증가하는 것은 그것의 질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 또한, ‘상대론은 일상적으로 경험 할 수 있는 속도나 에너지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다’고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이다. 회전하는 블랙홀은 그렇지 않은 블랙홀 보다 질량이 크며, 회전하는 터빈은 그렇지 않은 터빈보다 질량이 크다. 더 빨리 회전하면 더 무겁다. 따라서 ‘수증기를 식히는 장치’ 안에서는 수증기의 에너지가 터빈의 질량으로 변환되며, ㉡은 틀렸다. 만약 ㉡에서  말하는 질량이 ‘정지질량’ 이었다면 — 즉, 터빈의 ‘정지질량’과 수증기를 이루는 물분들의 ‘정지질량’을 뜻하는 것이었다면, 문제 속에서 그런 용어의 혼돈을 정리했어야 한다. 또한, ㉡의 ‘질량’이 ‘정지질량’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의 ‘질량’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해서 ‘쿼크를 비롯한 모든 입자의 정지질량은 반응전후에 변하지 않으니 질량은 에너지로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 할 수 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오류들이 수능기출에는 없다는 것이다. 분명, 사소한 오류에도 큰 책임을 져야하는 수능문제는 훨씬 더 수준높은 전문가들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검토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교과서 문제는 책임질 일이 없으므로 대충 만들었단 말인가? — 그런것 같다.

 

앞서 상대속도 이야기 할때 말했듯, <수능특강>은 매년 표지를 바꾸며 다시 나오는 과정에서 오류가 수정되기도 한다. 또 문제들을 풀어보면, 확실히 교과서와 같은 오류는 없는듯 하다. <수능특강>의 문제들은 수능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다보니, 그만큼 심혈을 기울이는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능특강>의 본문이 훌륭했던건 전혀 아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개념을 상대방에게 설명하기 위한 최선의 형태는 ‘완결된 문장들로 풀어서 설명하는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개념서는 ‘서술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대학전공교재 중 bullet이나 numbering을 통한 ‘요약식’으로  본문을 끌고가는 경우는 없다. 그런 형식은 단원말미에서 설명한 내용을 정리 할때나 쓴다. 하지만 EBS는 개념서 역할을 하는 <수능특강>을 요약식으로 썻다.

 

좋다 — 그런 형식에 대해선 개인적 선호가 있을 수 있으니 넘어가자. 하지만 그런 형식도 개념을 잘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야 하는데, <수능특강>에서는 개념보다 형식이 더 앞설 때가 있다. 해당부분을 한번 직접보자 :

 


(5)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한 현상
① 사건의 측정 : 물리적 현상의 발생을 사건이라고 하며, 사건을 측정한다는 것은 그 사건이 발생한 위치와 시간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② 동시성의 상대성 : 한 관성 좌표계에서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이 다른 관성 좌표계에서는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아닐 수 있다.

(6) 시간 지연 (시간 팽창) : ⋯
(7) 길이 수축 : ⋯

 

고등 물리학1 교과과정에서 가르지는 상대론적 효과는 3가지 — 동시성의 상대성 / 시간지연 / 길이수축 이다. 하지만 교재를 있는 그대로 보자면,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한 현상’은 ‘사건의 측정’과 ‘동시성의 상대성’이다.

 

수능국어 비문학 지문은 논리적/구조적으로 잘써졌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하지만 정작 평가원이 감수한다는 <수능특강>은 전혀 그렇지 않다. ❶ → (1) → ① 순서로 numbering을 하는 형태자체를 기본포맷으로 가져가면서 ‘사건의 측정’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졌고, 그들은 그것을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한 현상’에다 우겨넣은 것이다.

 

이렇게 고등학생들의 주교재와 부교재라 할 수 있는 교과서와 수능특강은 문제 투성이다. 나는 이것이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행태라 느낀다. 즉각적이고 큰 책임이 따르는 수능문제출제에는 가능한 최대의 에너지를 들여 오류가 없게하는 반면, 교과서 집필은 잘못이 있어도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기에 이렇게 허술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헌데 수능은 단 하루인 반면 교과서는 12년 동안 배운다. 나는 아직 상대론 이외 다른 단원들은 보지 않았다. 부디 이런 문제가 15년 교육과정개정에서 상대론이 처음들어가며 생긴 국소적 문제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