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후변화 부정론'은 음모론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음모론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력은 천차만별이다. 최근 몇년사이 뉴스에선 ‘부정선거 음모론’이 종종 들려왔는데, 이는 불법/폭력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1년 1월에는 46대 미대통령선거가 부정선거였다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회의사당을 점거한 사건이 있었고[1], 한국에서는 24년 4월총선에서 부정선거를 감시한다며 한 40대 유튜버가 사전투표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이 있었다[2]. 그렇게 정치적 음모론은 ‘정의실현’을 위한 직접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의 인정’을 바라는 선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존재하는 ‘지평설Flat Earth Theory’ 같은 음모론도 있다.

 

지평론자 중 상당수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해석 될 수 있는 성경구절들[3]을 있는그대로 믿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다[4]. 지평론자들은 언제나 ‘세뇌당한 세상사람들’이라며 교회울타리 바깥 세상을 조롱하지만[5], 그래도 나는 그들이 어떤 종류의 직접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성경의 절대적 진리성에 대한 세상의 인정 인듯 한데, 지평설이 정치적 음모론과 같이 불법/폭력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목적이 ‘정의실현’이 아니라 ‘믿음의 전파’에 있기 때문인것 같다. 하지만 인류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음모론이 있으니, 그것은 기후변화 부정론 Climatte change denial이다.

 

먼저 기독교 근본주의들의 사례를 통해 음모론의 보편적 성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있는그대로의 성경구절을 절대진리로 여기는 이들이 외부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음모론적 사고가 필수이다. 예를들어 일부 기독교인들은 창세기에 나오는 족보를 근거로 지구나이가 6천년이라 주장하는데, 이것이 사실이기 위해선 지구의 지질연대 추정을 위한 모든 자연과학적 기반이 거짓이어야 한다. 또 그것이 거짓이기 위해선 모든 대학과 교수와 연구기관은 그 거대한 거짓을 떠받뜨는 한통속이여야 한다. ‘음모陰謀’를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어두운곳에서 꾀하다’이다. 자신의 생각이 주류의견과 다를때, 누군가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나 자기논리에 대한 반성은 않고 ‘세상사람들이 한통속이되어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하며 음모론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나는 얼마전, 인류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Climate : The Movie>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여기서도 기후변화 부정론은 그런 음모론적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거의 100%에 달하는 과학계의 동의를 ‘연구비를 타내기위한 기후학자들의 거대한 사기’로 매도한다. 또 그들은 학계에서 활동하는 극소수의 기후부정론자들을  ‘진실을 말하다 집단린치 당한 학계의 양심’으로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 그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연구비 확보를 위한 거대한 모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주장과 논리가 관찰결과와 과학법칙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영구기관을 만들었다는 재야在野 물리학자의 주장과 비슷하다. 대학교수들에게 보내진 그들의 메일이 곧장 스팸메일함으로 직행하는 이유는, 모종의 거대한 음모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주장이 에너지 보존법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헌데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기준으로 본다면, 기후변화 부정론은 지평설 등 여타 다른 과학지식에 대한 음모론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그들의 행동은 인류의 실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Climate : The Movie>에는 여러명의 interviewee가 등장하는데, 그 중 Willie Soon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이며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전 지구적 공조를 해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바 있다. 2003년, 그는 동료 Sallie Valiunas와 함께 저널 Climate Research에 논문 한편을 게제하게 된다[6]. 사람들은 이 논문으로 촉발된 논란을 ‘Soon and Baliunas controversy’라 부르는데, 그들의 연구결과는 당시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채택되어 지구기후와 관련한 자국의 책임을 회피하고 전 지구적 공조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근거로 사용되었다. Soon과 Baliunas는 해당논문에서 ‘산업혁명 이후의 기후변화는 자연적 요소 특히 태양 에 의한 것이며 현재의 온난화추이는 중세온난기 Medieval Warm Period 보다 덜 하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은 즉각적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채택되어 환경보호국EPA의 첫번째 환경 보고서를 수정하는데 사용되었으며, 그렇게 그들의 주장은 경제적 부담과 협정의 불공평성을 이유로들며 교토기후협약 참가에 부정적 의사를 보이고 있던 부시 행정부에게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 할 한가지 이유를 제공했던 것이다.

 

물리학과 학부생들이 4대역학을 비롯한 정규 커리큘럼을 제대로 소화하기위해선 4년내내 빡빡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런 학생들에게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거나 특수상대론은 틀렸다는 등의 주장을 검증하는건 엄청난 시간낭비다. 내가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논리에 별관심이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내겐 대기열전달이나 탄소순환 등 지구온난화를 이해하기위한 기초지식들을 배워 그 현상자체를 이해하는것이 먼저였고, 실제로 나는 지금도 그런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Climate: The Movie>를 보며, 이들의 논리를 보다 면밀히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특히나 나는 기후과학을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영상을 기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어떤 오개념들이 널리퍼져있는지 알고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특히 나는 ‘현재 지구기후의 변화를 이끄는 주원인은 온실가스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Soon의 주장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 보기로 했고, 곧장 그의 발표를 찾아듣고 관련 PPT자료를 일독하게 되었다. 사실,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의 설명을 듣는건 여타 다른 음모론을 듣는것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었다. 나에겐 그들의 설명이 ‘세상물정 모르는 시골노인들을 꾀기위한 사기꾼의 어설픈 말장난’ 정도로 느껴졌다. 어떤 이야기인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Soon은, ‘하키스틱 그래프’라 불뤼는 지구표면 평균기온 데이터 자체가 도시열섬효과로 인해 오염되었다 주장한다. 지표평균기온 데이터는 인류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산업혁명 이후의 추이가 중요한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6개의 연구기관이[7] 측정한 산업혁명이후 지구표면 평균기온 변화는 다음과 같다[8] :

Fig#1. 산업혁명 이후 지구표면 평균기온 변화

 

독립된 여러기관의 자료들은 매우 높은 일치성을 보이는데, 특히 세계기상기구WMO가 설립되며 본격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50년 이후 data들은 거의 정확하게 겹친다.

 

Soon은 위 그래프가 ‘도시열섬효과’로 인해 오염되었다 주장한다. 즉, 도시의 기상관측지점 밀도가 다른 지역해 비해 높기 때문에 전체 data가 더운 도시 쪽으로 편향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위해 우리는 위 그래프가 정확히 어떤 물리량에 대한것인지, 또 그것은 어디서 어떻게 측정되는 것인지 보다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 그래프의 점 하나하나는 해당연도의 지구표면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보여준다.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에서는 지표면 평균기온을 ‘Global mean surface temperature GMST’라 명하고, 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9] : GMST는 지구 평균 지표면 공기 온도이며, 이는 육지와 해빙 위의 지역, 그리고 얼음이 없는 해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SST를 포함하여 추정된다. 이러한 변화는 일반적으로 특정 기준기간의 값에서의 편차로 표현된다.

 

이 설명처럼, 위 그래프의 점 하나하나를 찍는데 필요한 기상관측지점은 해빙海氷 위를 제외한 전 지구표면에 고루 퍼져있고, 우리는 그 각각의 지점들을 얼마든지 확인 할 수 있다. 예를들어 Fig#2미국 해양대기청 NOAA에서 2015년 11월의 지표면 온도분포지도를 그리기 위해 어떤 기상관측지점들을 사용했는지를 보여준다[10] :

Fig#2. 미 해양대기청에서 발표한 2015년 11월의 지표면온도분포지도(아래) 와 이를 위해 사용한 기상관측지점 분포(위)

 

Soon은 도시의 기상관측소 밀도가 높으므로 그것이 전체 data가 도시 쪽으로 쏠리는 편향을 만든다고 말하는데, 이는 옳은 설명인가? 그의 논리를 Fig#2에 적용해보면, 미국의 기상관측소밀도가 유독 높으므로 전체평균은 미국쪽으로 편향된다는 말이다.

 

나는 학부생때 중학생 수학과외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히스토그램 따위를 배우는 통계단원을 가르쳤던 기억이 있다. Soon의 오류는 딱 그정도 수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명 학생이 있는 3학년 1반의 평균키를 잰다고 해보자. 큰 학생도있고 작은 학생들도 있을텐데, 다른 학생들 키는 한번씩만 측정하고 가장 큰 5명만 10번씩 측정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때, 큰 학생들을 많이 측정했으니 전체 평균키가 커지는가? 측정횟수가 많은 학생들에 대한 측정오차는 줄겠지만, 그렇다고 전체 학생들의 평균키가 커지진 않는다. 다시말해, 큰 학생들에 대한 추가측정이 그 5명에 대한 측정오차를 줄여줌으로써 전체 측정오차 값을 줄여줄 순 있겠지만, 그것이 전체평균을 증가시키진 않는것이다.

 

헌데 Soon은, 도시에 기상관측소가 많으므로 그것이 전체평균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 자체도 틀렸지만, 미/영/일 기상청을 비롯한 전세계 모든 기상관측센터와 기후연구기관이 도시의 높은온도가 두드러져 보이도록 data를 선별한다는 노골적 음모론은 참으로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Soon은 기상관측자들이 백엽상 Stevenson screen으로 온도측정도 못하는 백치인것 처럼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그 또한 오히려 청자를 바보 취급하는것 같아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는 발표 중, 오스트리아 크렘스뮌스터Kremsmünster의 한 백엽상의 예로들며 지구평균기온을 측정하기위한 기본적인 메뉴얼도 없는것 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상측정규정은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해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져있으며 누구든 자유롭게 열람가능하다[11]. 한국 기상청에서는 그런 기준에 맞게 측정된 data를 ‘기상자료개방포털’에 공개하고 있다. Soon의 주장처럼 기상관측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온난화를 조장하고 있다 생각한다면, 본인의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기상관측지점을 방문하여 직접 측정 후 포털의  data와 비교해보라.

 

혹시 앞서했던 ‘세상물정 모르는 시골노인들을 꾀기위한 사기꾼의 어설픈 말장난’이란 말이 꽤나 과격한 표현이라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Fig#1, #2 같은 기후관련자료에 대한 의심이 든다면, 누구나 간단한 검색으로 원본데이터를 찾아 볼 수 있다. 당연히 Fig#2의 미 해양대기청 data도 원하는 시점과 원하는 지점에 대해 얼마든 확인해볼 수 있다[12]. 기후에 관한 모든 data는 밝은곳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있다. 기후부정론자들은 그런 사실에 어두운 사람들을 어설픈 논리로 꾀려한다. ‘어두운 곳에서 꾀하는 사람’은 기후과학자들이 아니라 기후변화 부정론자 들이다.

 

거짓말이 오랫동안 살아남기 힘든 진화론적 이유는, 하나의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선 다른 수없는 거짓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oon의 경우도 그렇다 :

Fig#3. Soon이 주장하는 도시의 영향을 제외한 ‘시골기온’ 그래프[13]

 

위 그래프의 붉은실선은 Fig#1의 그래프이고 푸른점선은 도시의 효과를 빼고 그렸다는 ‘시골기온’ 그래프이다. 우선, 붉은실선 그래프는 ‘도시+시골’에 대한 그래프가 아니다. 이는 IPCC에서 말하는 GMST Global Mean Surface Tempertur에 대한 그래프로, 바다표면온도Sea Surface Temperature, SST와 대륙 표면 온도Land Surface Air Temperatrue, LSAT를 합한것이다.

 

아마 Soon이 기후변화 부정론을 처음 들고나왔던 2000년대 초반이었다면, 위 그래프는 지금에 비해 사람들을 낚기위한 훨씬 더 강력한 도구였을 것이다. Fig#3을 2000년 까지 잘라서보면, ‘시골그래프’는 150년의 장기적 스케일에서 별 특이하다 여길만한 추이가 없다. 1990년에서 2000년까지 온도상승경향이 있지만, 이는 1930년에서 1950년 사이와 비교했을때 그리 두드러지게 높지 않고, 또 수십년 이상에 걸친 일관된 상승경향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발표가 2000년대 초반이었다면, ‘기상관측 데이터는 도시열섬효과에 의해 오염되었다. 온난화는 없다’는 선에서 발표를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2000년 이후의 data를 포함하는 순간, 70년대부터 40년 이상 지속되는 기온상승의 경향성은 ‘시골그래프’에서 조차 명확히 드러난다. 그래서 그들에겐 그 원인을 설명하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한데, Soon은 그것이 ‘태양활동의 증가’ 때문이라 주장한다.

 

지구로 입사되는 단위면적당 태양에너지를 ‘Total Solar Irradiance TSI’라 한다. 태양에너지의 일부는 지표로 입사되는 도중 흡수/산란되므로, 총 입사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위성관측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런 위성관측에 대한 raw data도 누구나 쉽게 확인 가능하다 :

Fig#4. 1978년부터 2013년까지의 TSI raw data와 태양흑점수 변화[14]

 

각각의 TSI 측정 프로젝트에 투입된 장비들의 광학적 설계나 데이터 처리방법은 정확히 동일하지 않다[15]. 따라서 측정된 TSI 값들은 1360W/m2 위로 약 5W/m2 평균 TSI 값의 약 0.35%의 band 속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데, 실제 TSI의 장기적 변화를 보기위해선 이들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ACRIM, IRMB, PMOD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Fig#5. TSI 원본 data를 다양한 방법으로 통합한 결과[16]

 

어떤 합성결과도 70년대부터 지금까지 태양활동의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시골 온도’를 포함한 지표평균온도에 대한 모든 그래프는 같은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태양활동은 증가하고있지 않고, 지구평균기온은 상승하고 있다. 태양활동이 기온상승의 원인라는 Soon의 주장은 틀렸다[17].

 

태양활동은 위성관측이 시작된 70년대 이후로 증가하지 않았다. 좋다 — ‘태양’은 기온상승의 원인이 아니다. 그런데  ‘온실효과 때문’이란건 어떻게 알 수 있나? 우리는 후자의 영향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중요한 열쇠가 성층권에 있다.

 

대기권 온도는 지난 40여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성층권 온도는 지속적으로 하강하고 있다. 이러한 성층권의 장기적 냉각현상은 온실가스의 영향을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

Fig#6. 지난 40년간 대기권온도아래 그래프 3개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성층권온도위쪽 그래프 3개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18]

 

성층권 온도가 고도가 높아짐에따라 상승하는 것은, 오존층이 짧은파장UV의 태양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19]. 따라서 태양활동이 증가하면 성층권의 온도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태양활동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온실가스농도만 증가하면 대기권 온도는 상승하지만 성층권 온도는 감소한다[20]. 그 물리적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 대기권 CO2농도 증가로 인한 오존층 CO2의 적외선 흡수량 감소, 성층권 CO2농도 증가로 인한 복사냉각 효과[21], [22], [23], [24]. 성층권 오존농도가 감소추세에서 증가추세로 바뀐 2000년대 초반 이후에도[25] 성층권 온도가 일관된 감소경향을 보인다는 것은, 인류의 탄소배출을 감안하지 않으면 설명 할 수 없는 현상이다[26].

 

화석연료연소로 증가한 대기중 CO2농도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장기적 기온상승경향이 뚜렷하지 않았던 1980년대에도 명백했던것 같다. 1985년 - 천문학자 칼세이건은 지구의 대변인으로 미의회에 서게되는데[27], 그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문제는 명백히 실존하는 문제이며 이에대한 충분한 학계의 동의가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그는, 지구온난화 문제는 시간/공간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사안임을 강조하며 즉각적 행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기후문제는 그렇게 전지구적 협력을 요하는 문제였음이 분명했었고, 그렇게 1988년 - UN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 IPCC를 설립하게 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대단히 똑똑하고 또 대단히 의심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절대, 칼세이건 같은 석학이 뭔가를 말했다 해서 믿고 따르는 이들이 아니다. IPCC 보고서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연구기관들에 의해 쓰여지며, 오직 동료검증peer-review을 통과한 논문들만을 기반으로 한다. 그렇게 쓰여진 IPCC 보고서 각 chapter들의 초안은 다른 과학전문가들과 정부관계자들에 의해 다시 검증된다. 그렇게 완성된 각 챕터들이 모여 하나의 책자가 되는데, 그것은 다시 기술적/정책적 측면 등 다양한 측면과 다양한 수준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그 요약본의 한줄한줄은 다시 검토와 투표와 모든 IPCC 패널들의 승인의 대상이 된다. IPCC보고서는 그런 겹겹의 검증/요약/투표/승인의 과정을 거치게 되며, 누구나 그 보고서 전체와 작성기관/작성자/data/참조문헌 등의 모든 내용을 확인 할 수 있다[28].

 

그렇게 1990년에 나온 IPCC 1차 보고서의 결론은 ‘인류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확실히 감지 할 수 없음’이었다. 당시에도 인류활동으로 인한 대기중 CO2농도증가가 온실효과를 일으키고 있단 사실은 확실했지만, 태양과 에어로졸의 영향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90년 당시에는 TSI에 대한 위성관측자료의 부족으로 태양의 영향을 확실히 판단 할 수 없었다. 또 대기중 에어로졸의 냉각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정확한 양과 분포를 측정한뒤 기후모델에서 그들의 영향을 정확히 시뮬레이션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data와 연구결과가 쌓이고 기후모델이 발전함에따라 IPCC는 1995년 2차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영향을 확실히 식별 할 수 있을정도의 균형잡인 증거들이 충분히 쌓였다.

 

그런 과학적 기반 위에서 맺어진 협약이 바로 1997년 교토의정서 Kyoto Protocol이다. 그리고 협약시행 4년전인 2001년, Willie Soon과 같은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근거삼았던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탄소감축을 위한 첫번째 전지구적 협약을 탈퇴하게된다. 당시 미국은 전세계 탄소배출에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최대 탄소배출국가였다.

 

그런 선택은 마치, 악덕 대부업자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쓰고 그 책임은 이웃과 자식들에게 넘기는 것과 같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동이다. 내가 기후문제를 빚문제에 비유하는것은, 실제로 그 둘이 비슷한 성격을 가지기 때문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탄소배출과 기온상승은 선형적 관계를 가진다’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말해야한다 :

Fig#7. 누적 탄소배출량과 지구온도상승은 선형적 관계를 가진다[29].

 

지표에서 방출되는 복사열이 대기중 온실가스에 의해 흡수되는 정도는 온실가스 농도에 대해 로그함수적으로 증가한다[30]. 하지만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남는 정도는 누적CO2배출량에 대해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이 두가지 효과가 더해져 누적CO2배출량과 지표온도상승은 선형적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31]. 산업혁명 이후부터 2019년까지 인류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2,390Gt이고, 이로인한 1.1도의 온도상승이 있었다. 따라서 거칠게말해, 위의 선형관계는 ‘대략 2,000Gt의 CO2를 배출 할때 마다 1도의 온도상승이 발생함’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도의 온난화’ 까지 추가배출 할 수 있는 CO2양은 약 1,300Gt이다.

 

이는 ‘기후문제’가 ‘빚문제’와 비슷한 성격의 문제임을 말해준다. 당신이 앞으로 20년동안 1억을 갚아야 한다면, 그것은 연간 500만원 또는 월간 40만원의 빚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 부담을 미루고 미뤄 마감기간 5년전까지 간단면, 그것은 연간 2000만원, 월간 160만원의 빚이 된다. 탄소배출도 비슷하다. 누적배출량과 온도상승은 거의 선형적으로 비례하므로, ‘위험온도’를 설정하면 그에 대한 정확한 ‘CO2 감축목표’가 설정된다. 그리고 빚을 값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축노력을 일찍 시작하면 시작할수록 그 부담과 비용은 현저히 줄어든다.

 

90년대 중반, 인류는 교토의정서를 기점으로 그 ‘탄소빚’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갚아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선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인류는 그후 10여년간, 감축은 커녕 2000년 기준 가장 공격적인 탄소배출 시나리오였던 ‘A1Fl’을 넘어서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길을 택했다.

 

Willie Soon이 2000년대 초반 부시 행정부의 기후정책에 영향을 끼쳤듯, William Happer는 2010년대 후반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에 영향을 끼쳤다. 그 또한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이며, <Climate : the Movie>에 인터뷰이로 출연해 Soon과 비슷한 수준의 논리를 펼쳤다. 그는 2019년 트럼프 행정부의 NSC 고문으로 임명되었는데, 부시 행정부가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듯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해버렸다[32], [33].

 

헌데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어떻게 그리도 비논리적이고 무책임한 말들을 서슴지 않을 수 있는가? 나는 그들이 진실을 몰라서 그럴거라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과학교육을 받았고, 그정도라면 여지껏 설명한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들이 기독교근본주의자들처럼 어떤 종교적 신념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Soon의 발표 말미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고 느꼇다.

 

음모론자 답게, 그는 ‘세상이 자신들이게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강조한다. IPCC는 연구비를 타내려는 거대한 마피아 조직이고, 자신들은 그런 거악에 맞서 진실을 쫓는 양심이란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노골적인 송금’을 요구한다. IPCC의 연구비는 그렇게 공격하면서, 본인의 연구비는 그저 순수한 연구비란 말인가? William Happer가 대표로 있는 ‘이산화탄소연합 CO2 Coalition’의 홈페이지에도 후원링크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모든 연구활동에는 돈이 든다. 중요하고 큰 연구일수록 더 많이 든다. 그런 연구비를 따기위한 학자들의 노력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정당하다. 하지만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모금활동은 명백히 틀린 논리 위에 서있다. 그들은 현재와 미래의 위험을 부정하며 과학에 어두운이들의 마음에 거짓 희망을 심어준다. 그러고는, 마치 지평론의 선봉자들이 성경을 지키려는 신자들에게서 십일조를 걷듯 후원금을 걷고있다. 헌데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인한 책임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 책임은 ‘지구’라는 한배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다른 모든 이웃들과 후손들이 함께 지게된다.


[3]
❛ 땅 위 하늘 높이 앉아 계신 분이 세상을 만드셨으니 그에게는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이 메뚜기처럼 보인다. 그는
하늘을 휘장처럼 드리우시고 천막처럼 펴셨다. ❜ — 이사야서 40장 22절

 

❛ 이 일 후에 내가 네 천사가 땅 네 모퉁이에 선 것을 보니 땅의 사방의 바람을 붙잡아 바람으로 하여금 땅에나 바다에나 각종 나무에 불지 못하게 하더라❜ — 요한계시록 7장 1절

 

❛ 내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에, 나의 머리 속에 나타난 환상은 이러하다. 내가 보니, 땅의 한가운데 아주 높고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그 나무가 점점 자라서 튼튼하게 되고, 그 높이가 하늘에 닿으니, 땅 끝에서도 그 나무를 볼 수 있었다. ❜ — 다니엘서 4장 10절, 11절

 

❛ 네가 땅 끝까지 새벽 빛이 비치게 하여 악인들이 악을 멈추게 한 일이 있느냐? 동이 트자 땅이 진흙에 도장을 친 것처럼 나타나고 그 모양은 주름잡힌 옷과 같으며 ❜ — 욥기 38장 22절

 

❛ 마귀가 또 그를 데리고 지극히 높은 산으로 가서 천하 만국과 그 영광을 보여 가로되 만일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리라 이에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사단아 물러가라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 ❜ — 마태복음 4장 8절

[4] Most flat earthers consider themselves very religious | YouGov —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업 YouGov의 조사에 따르면, 과반이 넘는 지평론자들이 자신을 ‘매우 종교적’이라 여긴다.

[5] 나는 지구자전을 증명하는 실험인 ‘푸코의 진자’에 대한 쇼츠영상을 만들어 올린적이 있는데, 이 영상은 공개한지 1년쯤 지난 지금 620만뷰가 넘었다. 당연하게도 이 영상에는 수많은 지평론자들의 비추와 악플이 달렸는데, 나는 그 과정에서 지평론자들이 세상을 이해하기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화두가 ‘세뇌’란걸 알게되었다.

[6] Soon, Willie, and Sallie Baliunas. "Proxy climatic and environmental changes of the past 1000 years." Climate Research 23.2 (2003): 89-110.

[15] 미국표준연구소 NIST는 이러한 정밀측정과 관련한 세계적 연구기관이다. TSI raw data들간 편차 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NIST의 논문을 첨부한다 : Sources of Differences in On-Orbital Total Solar Irradiance Measurements and Description of a Proposed Laboratory Intercomparison - PMC 

[16] Fig#4와 같은 참조문헌에서 발췌함.

[17] Soon의 발표자료를 보면, ‘ACRIM 데이터’를 기반으로 TSI를 1850년 까지 뒤로 100여년을 확장한 뒤 그것을 ‘시골그래프’와 비교하며 ‘태양의 효과가 증명되었다’ 말한다. 이건 대단히 이상한 분석방법이다. 인공위성을 통한 TSI 측정은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고, Fig#5의 data가 그 직접적인 측정결과이다. 지표기온이 태양활동에 의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면, 왜 이것을 ‘시골그래프’와 직접 비교하지 않는가?

[28] IPCC 

[30] 이러한 농도와 빛흡수정도 사이의 법칙을 ‘Beer-Lambert law’라 한다

[33] 이후 2021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가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