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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끝없는 자기모순

지식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나는 수많은 음모론자들을 마주해야 했다. 광속불변원리를 설명하는 영상에선 상대론 부정론자, 지구자전을 증명하는 실험적 방법인 ‘푸코의 진자’를 설명하는 영상에선 지평론자를, 지구온난화를 다루는 영상에선 기후변화 부정론자를 마주해야 했다.

 

‘무시’나 ‘방관’은 때로는 음모론자을 대하는 훌륭한 방법일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신념체계에 반하는 정보를 접했을때 자신을 돌아보는대신 그 정보를 자신에 맡게 왜곡시킨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의 기존신념은 그것에 반하는 정보가 없을때보다 10~20%의 반대정보에 노출되었을 때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그들의 마음은 반대정보의 비율이 약 40%를 넘어서면서부터 변했다. 단편적인 반박은 음모론을 더 심화시킬 수 있기에, 아예 무시하는것도 한가지 방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음모론자 자신을 비롯한 모든 지구인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부정론은 여타 다른 음모론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미국 공화당 지지자 중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여기는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1]하다. 그리고 그들은 2024년 말 — 기후변화를 ‘전지구적 사기’라 주장하는 음모론자를 국가지도자로 택했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교토협약을 탈퇴했듯, 그리고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파리협약을 탈퇴했듯,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전 정부가 재가입한 파리협약을 재탈퇴 할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지구인들이 지게된다.

 

한명의 지구인으로서, 나는 이 사태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여타 다른 음모론과는 달리, 방관은 기후문제에 대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과학적 무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들의 자기모순을 간략히 살펴보려한다 :

 

한국의 대표 기후변화 부정론자 박석순은 ‘태양이야 말로 현시대 지구기후변동을 결정하는 결정적 원인’이라 주장한다. CO2는 대기 중에 미량 존재하므로, 그것이 수백ppm (1ppm = 100만 분의 1) 정도 증가하는것은 전체기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2]. 위의 PPT설명에서도, 박석순은 태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수백년간의 흑점활동과 태양에너지 입사량 Total Solar Irradiance, TSI을 소개하며, 이것으로 현시대의 모든 기후변동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태양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하다 :

 

이 그래프는 콜로라도 볼더 대학 대기우주물리 연구소 LASP 소속 Greg Kopp이 개인적으로 발표한 비공식 자료로, 지난 400여년동안의 태양입사량 변화를 보여준다. 왼쪽눈금을 유심히 살펴보라 — 지난 300년간 태양입사량의 최대-최소 변화폭은 1W/m2 정도이다. 흑점활동이 특별히 더 적었던 17세기 마운더 극소기까지 고려하더라도, 태양입사량의 변화폭은 2 W/m2 이내이다. 평균 태양입사량이 약 1361 W/m2 임을 고려하면, 지난 400년동안 태양입사량은 평균치에서 0.1%를 벗어나지 않는것이다[3], [4].

 

박석순은 위 그래프가 흑점영향을 고려한 훌륭한 자료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전혀 다른 그래프를 ‘가장 적합한 TSI’라 소개하고 있다 :

 

역시 왼쪽눈금과 그래프의 변동폭을 유심히 보라. 2000년의 태양입사량은 약 1,362 W/m2 인데, 1800년엔 그 수치가 1,357 W/m2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불과 몇분전에 IPCC의 태양입사량 그래프는 조작이며 5W/m2 수준의 큰 변동폭을 보이는것이 ‘가장 적합한 TSI’라 주장했는데, 바로 이어서 전혀 다른 scale의 그래프를 들이밀며 태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5]. 그는 자신이 무슨 자료를 두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 두 태양입사량 graph는 단순히 scale만 다른 것이 아니다. ‘가장 적합한 TSI’를 보면, 1960년부터 2000년까지의 입사량은 일관된 상승경향성을 보인다. 그리고 그 상승폭은 2W/m2가 넘는다. 하지만 Kopp 그래프에 초록 화살표로 1W/m2의 변동폭을 표시해 놓은 데서 볼 수 있듯, Kopp의 TSI 그래프에선 같은 기간동안 그런 급격하고 일관된 상승경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석순은 둘다 타당한 그래프라며 소개하고 있지만, 그는 그들이 전혀 다른 scale과 경향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가장 적합한 TSI’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흑점활동과 태양활동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자신의 주장과도 정면 충돌한다. 그가 제시한 흑점활동 그래프의 최신버전은 다음과 같다[6], [7] :

 

그가 제시한 구버전을 보나 업데이트된 버전을 보나, 1960년부터 현재까지 흑점수의 일관된 증가경향성은 없다. 그는 ‘흑점수와 입사량간의 긴밀한 관계’를 말하지만, 정작 지난 반세기동안의 흑점수와 ‘가장 적합한 TSI’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실제는 이렇다 : 흑점은 태양 자기장 활동에 의한 직접적 현상이고, 태양 입사량 역시 태양 자기장 활동에 의해 즉각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흑점수는 태양 입사량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위에서 봤듯, 흑점수는 지난 40여년 동안 지속적인 감소경향성을 보다. 그리고 태양 입사량 또한 동일하게 미세한 감소추이를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온도는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8]. 태양활동으로는 현시대의 기후변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

 

그 짧은 30분짜리 발표 속에서, 박석순의 주장과 그래프들은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며 정면충돌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은 그정도로 모순적이고 노골적인 음모론이다.

 

지구과학을 제대로 배우고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선, 남아있는 선택지는 음모론 밖에 없다. 기후문제도 마찬가지다. 기후과학을 제대로 배우고도 현재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영향을 부정하려면 남아있는 선택지는 하나이다.


[2] 성층권의 오존을 모조리 합해도 전체 대기의 100만분의 1 정도 밖에 안된다. 그것이 없으면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지구표면에서 살 수 없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농도는 100만분의 400이 넘는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1%도 안되므로 무시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듣는것만으로 낯이 뜨거워지는 무식한 주장이다.

[3]이는 동위원소 14C와 10Be를 통해 그 기간을 약 1만년전으로 확장시켜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 <Solar total and spectral irradiance reconstruction over the last 9000 years> (2018, Astronomy & Astrophysics)

[4] 반면 온실효과로 인한 에너지 균형의 변화는 3W/m2 이상이다 : <Indicators of Global Climate Change 2022: annual update of large-scale indicators of the state of the climate system and human influence> (2023, Earth System Science Data)

[5] 변동폭이 5W/m2가 넘는 TSI 그래프는 1993년 발표된 Hoyt와 Schatten의 논문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태양 자기장활동과 흑점활동 사이에 11년 가량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잘못된 결과이다. 그런 시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태양 자기장 활동과 TSI 변화는 실시간으로 동기화되어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별도로 포스팅 할 계획이다.

[6] 내가 박석순이나 윌리엄 하퍼 같은 부정론자들을 보며 알게된 한가지 사실이 있다. 그들은 매우 게으르다. 그들의 PPT와 설명은 수년이 지나도 바뀌거나 업데이트될 기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