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역학의 기본 물리량 위치 \(x\)와 운동량 \(p\)는 각각 양자역학에선 위치연산자 \( \hat{x} \)에 대한 기대값 \( \left< \psi \left| \hat{x} \right| \psi \right> \)과 운동량연산자 \( \hat{p} \)에 대한 기대값 \( \left< \psi \left| \hat{p} \right| \psi \right> \)에 대응된다. 고전역학에서는 위치 \(x\)와 운동량 \( p \) 자체가 어떤 대상의 측정가능한 물리량이지만, 양자역학의 위치연산자 \( \hat{x} \)과 운동량연산자 \( \hat{p} \)은 그 자체는 측정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대상에 대한 물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은 파동함수 \( \psi \)이고, 이 함수의 크기제곱 \( \left| \psi \right| ^2 \)은 어떤 측정에 대한 확률분포이다.
뭔가 수수께끼나 외계어 처럼 들린다면, 위 설명은 무시해도 좋다. 이번 포스팅의 목표는 ‘운동량 연산자 \( \hat{p} \)은 translation에 대한 generator이다[1]’는 명제를 수학적으로 증명해보는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운동량 연산자 \( \hat{p} \)은 미분연산자에 비례하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내어진다 :
$$ \hat{p}=\frac{\hbar}{i}\frac{d}{dx} \tag{1} $$
‘운동량 연산자가 translation을 generating 한다’는 표현은, 다음과 같은 수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
$$ e^{\frac{ai}{\hbar} \hat{p}} \psi(x) = \psi(x + a) \tag{2} $$
자연상수 \(e\)의 지수자리에 운동량 연산자 \( \hat{p} \)에 비례하는 무언가를 올려서 함수 \( \psi(x) \)에 가했더니, 해당함수가 \( x \)축으로 일정거리만큼 평행이동 한것이다. 즉, 운동량 연산자 \( \hat{p} \)는 \( x \)축으로의 평행이동translation을 생성generating 한다.
우리가 증명할것은 수식(2)인데, 수식(2) 좌변의 운동량연산자 \( \hat{p} \)를 수식(1)로 풀어 써보자 :
$$ e^{\frac{ai}{\hbar} \hat{p}} \psi(x) = e^{\frac{ai}{\hbar} \times \frac{\hbar}{i} \frac{d}{dx}} \psi(x) = e^{ a \frac{d}{dx}} \psi(x)$$
따라서, 수식(2)는 다음과 같은 식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
$$ e^{ a \frac{d}{dx}} \psi(x) = \psi(x+a) \tag{3}$$
그리스 문자 ‘\( \psi \)’는 주로 양자역학의 파동함수를 나타낼때 쓰인다. 하지만 수식(3)은 테일러급수로 표현 할 수 있다면 어떤 함수든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성립하는 식이다.
아마 대학수학을 배운 사람일지라도, 지수위에 미분연산자가 올라가는건 처음보는 경우가 많을것 같다. 하지만 수학적 형태의 힘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지수함수 \( e^x \)는 미분해서 자기자신이 되는 함수이고 \( f’(x)=f(x) \),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테일러급수는 다음과 같다[2] :
$$ e^x = \sum_{n=0}^\infty \frac{x^n}{n!} \tag{4}$$
우리는 실수 \(x\)에 대해 성립하는 \( e^x \)의 한 형태를 찾았지만, 이러한 형태는 \( x \)에 다른 무엇을 넣어도 유효하다 :
$$ e^? = \sum_{n=0}^\infty \frac{?^n}{n!} \tag{5} $$
‘\(?\)’자리에 복소수, 행렬, 미분연산자 등이 들어갈 수 있으며, 그 각각으로 유도되는 결과들은 매우 중요하다[3]. 이번 포스팅에서는 ‘\(?\)’자리에 미분연산자가 들어갈 경우 \(e^?\)가 translation에 대한 generator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 할 것이다.
증명#1
같은 내용을 두가지 방법으로 증명해보자. 먼저, 함수 \( f(x) \)를 \( x=a \)에 대해 taylor expansion 하면[4] :
$$ f(x) = \sum_{k=0}^{\infty} \frac{f^{(k)}(a)}{k!}(x-a)^k $$
이 형태를 다르게 표현해보자. 위 수식은 \( x=a \)에 대해서 \( x-a \) 만큼 떨어진 지점에서의 함수값 \( f(x) \)를 나타낸다. 그런데 여기서 \( x-a =b \)라하면 \( x=a+b \)가 되고, 다음 식은 \( x=a \)에 대해서 \( b \) 만큼 떨어진 지점의 함수값 \( f(a+b) \)를 나타내게 된다 :
$$ f(a+b) = \sum_{k=0}^{\infty} \frac{f^{(k)}(a)}{k!}b^k \tag{6}$$
뭔가 불필요한 동어반복 같아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테일러 급수를 이렇게 표면하면, 증명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우리가 유도하고자 하는 바는 기본적으로 양자역학이 아닌 순수한 수학의 영역에 속해있으므로, 수식(3)에서 \( \psi(x) \)를 \( f(x) \) 바꿔주자. 그리고 수식(3) 좌변에서 \( e^{a \frac{d}{dx} } \)를 수식(5)의 표현으로 대체하면 :
$$ \begin{aligned} e^{a \frac{d}{dx} } f(x) &= \sum_{n=0}^{\infty} \frac{a^n}{n!} \left( \frac{d}{dx} \right)^n f(x) \\ &= \sum_{n=0}^{\infty} \frac{f^{(n)}(x)}{n!}a^n \end{aligned} $$
그런데 이 식의 최종적 형태는 정확히 수식(6)의 형태와 같다. 그저 \(a\)가 \(x\)로, \(b\)가 \(a\)로 바뀌었을 뿐이다. 따라서 :
$$ \begin{aligned} e^{a \frac{d}{dx} } f(x) &= \sum_{n=0}^{\infty} \frac{f^{(n)}(x)}{n!}a^n \\ &= f(x+a) \end{aligned} $$
taylor expansion 가능한 임의의 함수 \( f(x) \)에 연산자 \( e^{a \frac{d}{dx} } \)를 가하면 해당 함수가 \(x\)축 상에서 \(a\)만큼 평행이동한다. 즉, \(e^{a \frac{d}{dx} }\)는 \(x\)축 상 translation에 대한 generator이다.
증명#2
위 증명 만으로도 충분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보다 상세한 풀이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것 같다 : \(e^{a \frac{d}{dx} }\)와 \( f(x) \) 모두를 테일러전개하면 두개의 summation 기호가 있을텐데,
$$ e^{a\frac{d}{dx}} f(x) = \left[ \sum_{n=0}^{\infty} \frac{a^n}{n!} \left( \frac{d}{dx} \right)^n \right] \left[ \sum_{k=0}^{\infty} \frac{f^{(n)}(x_0)}{k!} \left( x-x_0 \right)^k \right] \tag{7}$$
증명#1 대로라면, 이 급수를 그대로 계산하면 summation이 하나만 남으면서 그것이 \( f(x+a) \)에 대한 테일러 전개가 되어야 한다. … 과연그럴까? 두번째 증명에서는, 이 이중급수를 정면으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앞선 증명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보려 한다.
\( \frac{d}{dx} \)는 \(x\)에 대한 함수에 가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식(7)을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
$$ \left[ \sum_{n=0}^{\infty} \frac{a^n}{n!} \left( \frac{d}{dx} \right)^n \right] \left[ \sum_{k=0}^{\infty} \frac{f^{(n)}(x_0)}{k!} \left( x-x_0 \right)^k \right] = \sum_{k=0}^{\infty} \frac{f^{(n)}(x_0)}{k!} \left[ \sum_{n=0}^{\infty} \frac{a^n}{n!} \left( \frac{d}{dx} \right)^n (x-x_0)^k \right] \tag{8}$$
여기서, 우변의 대괄호속 \(n\)에 대한 급수를 계산해보자. 우선, \( (x-x_0)^k \)는 \( k \)차 다항식이다. 따라서 이를 \( k \)번 미분하면 상수항만 남고, \( k+1 \)번 미분하면 \( 0 \)이 된다. 그러니까 급수의 상한이 \(k\) 이상인 경우는 미분결과가 \( 0 \)이 되며 그 이상 아무리 더해도 값은 변하지 않으므로, \(n\)에 대한 급수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
$$ \sum_{n=0}^{\infty} \frac{a^n}{n!} \left( \frac{d}{dx} \right)^n (x-x_0)^k = \sum_{n=0}^{k} \frac{a^n}{n!} \left( \frac{d}{dx} \right)^n (x-x_0)^k $$
또한 \( (x-x_0)^k \)를 \( n \)번 미분한 결과는 다음과 같으므로 :
$$ \begin{aligned} \left( \frac{d}{dx} \right)^n (x-x_0)^k &= k \times (k-1) \times \cdots \times (k-n+1) (x-x_0)^{k-n} \\ &= \frac{k!}{(k-n)!}(x-x_0)^{k-n} \end{aligned} $$
수식(8) 우변의 대괄호 속 급수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
$$ \sum_{n=0}^{\infty} \frac{a^n}{n!} \left( \frac{d}{dx} \right)^n (x-x_0)^k = \sum_{n=0}^{k} \frac{k!}{n!(k-n)!}(x-x_0)^{k-n}a^n $$
그런데 이 결과는 정확히 이항전개의 형태이다 :
$$ (p+q)^k = \sum_{n=0}^{k} \frac{k!}{n!(k-n)!} p^{k-n}q^n $$
따라서 수식(8) 우변의 대괄호 속 급수는 다시한번 그 형태를 간소화 할 수 있다 :
$$ \begin{aligned} \sum_{n=0}^{\infty} \frac{a^n}{n!} \left( \frac{d}{dx} \right)^n (x-x_0)^k &= \sum_{n=0}^{k} \frac{k!}{n!(k-n)!}(x-x_0)^{k-n}a^n \\ &= (x-x_0+a)^k \end{aligned}$$
이 결과를 통해 수식(8)의 우변을 다시 써보면 :
$$ \sum_{k=0}^{\infty} \frac{f^{(n)}(x_0)}{k!} \left[ \sum_{n=0}^{\infty} \frac{a^n}{n!} \left( \frac{d}{dx} \right)^n (x-x_0)^k \right] = \sum_{k=0}^{\infty} \frac{f^{(n)}(x_0)}{k!} (x-x_0+a)^{k}$$
그런데 이 결과와 수식(6)의 형태를 비교해보면, 이는 정확히 \( f(x+a) \)에 대한 테일러 전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의 전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 \begin{aligned} e^{a\frac{d}{dx}}f(x) &= \left[ \sum_{n=0}^{\infty} \frac{a^n}{n!} \left( \frac{d}{dx} \right)^n \right] \left[ \sum_{k=0}^{\infty} \frac{f^{(n)}(x_0)}{k!} \left( x-x_0 \right)^k \right] \\ &= \sum_{k=0}^{\infty} \frac{f^{(n)}(x_0)}{k!} \left( \sum_{n=0}^{\infty} \left( \frac{d}{dx} \right)^n (x-x_0)^k \right) \\ &= \sum_{k=0}^{\infty} \frac{f^{(n)}(x_0)}{k!} (x-x_0+a)^k \\ &=f(x+a) \end{aligned} $$
⸬
[1] 이렇게 한글과 영어를 섞어쓰는것이 썩 내키진 않지만, 현재로썬 마땅한 번역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서 ‘translation’은 ‘공간상 평행이동’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문장을 번역하자면 ‘운동량 연산자는 공간상 평행이동에 대한 생성자이다’ 정도가 될것같다.
[2]수식(4) 우변에 어떤 임의의 상수가 곱해져도 ‘미분해서 자기자신이 되는 함수’라는 조건은 만족되지만, \( e^0 = 1 \)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 비례상수는 \(1\)로 정해진다.
[3] 복소수와 행렬 각각에 대해 다음의 두 영상을 추천한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을 이해해보자 (이과용)>, <How (and why) to raise e to the power of a matrix | DE6>
[4] 테일러 전개에 대한 증명은 다음 영상을 참조바란다 : <테일러 급수 유도 | AS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