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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1 교과서 비판 (3)

유튜브에서 교육 컨텐츠를 만들던 중, 고등학생을 위한 수학이나 과학강의를 만들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제선정 부터 쉽지 않았다. 교육 컨텐츠를 만드는데 있어 추구하는 나름의 기준과 방향성이 있었기에, 강의를 기획하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때문에 한 단원만 똑 떼어내어 단편적으로 다루어도 완결성을 갖출 수 있는 주제를 찾게되었고, 물리학Ⅰ의 상대론 단원은 그 기준에 가장 적절해 보였다.

 

그렇게 주제를 정했지만, 오랜동안 제작은 커녕 기획조차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교과과정 자체의 문제는 언제나 큰 답답함으로 느껴졌다. 특히 물리학Ⅰ 교과서와 EBS의 <수능특강>은 놀라울 정도로 엉터리 였는데, 나는 관련 내용을 24년 상반기에 두번의 블로그 포스팅으로 정리하였고 #1 #2 , 1년 뒤엔 그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모든 과정을 혼자 밟아 나가는 동안,  교육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단 사실은 꽤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고등학교에선 빛거울문제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또 어떻게 그런 노골적인 오류가 수년 이상 방치되었고 22개정 교과서에 까지 실리게 되었는지 — 아무리 검색해봐도, 그 문제에 대한 어떤 지적이나 비판도 발견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영상 제작 후엔 교육전공자들의 댓글이 다수 달렸는데, 그제서야 나는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의견들을 보며 들었던 여러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또 내가 했던 비판의 타당성을 그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자 한다.

 

교사들이 보였던 가장 대표적인 반응은 이런 것이었다 :

 ❛고등학교 교과서는 물리전공자를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니므로 완벽 할 수 없다. 또한, 교과서는 학생과 교과서 사이에 ‘교사’라는 전문가를 가정하고 쓰여진다. 따라서 조건이 부족하거나 설명이 불완전해도 교사는 그것을 보충 할 수 있다.

 

@제이스풋맨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모든걸 가르칠수도 단순히 여지를 남길수도 없습니다. 그러한점에서 완결성있는 교육과정을 위해서는 때때로 정확하지 않은 서술 또는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2의 분류 계통도 비슷한 예시라 할 수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과목에서 기본 전제 조건을  설명하지 않지요. 하다못해 수학만 하더라도 교과서는 엄밀하지 못한  서술이 넘쳐납니다. 교과서 집필진들이 과연 이러한걸 몰랐을까요? 그건 아니라봅니다. 기본적으로 대학이전에 교육과정의 주요 목표는 일정수준 정도의 사고력 도달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학문 자체에 대한 유기적 설명은 어느정도 개인에게 맡겨지고 과한부분은 버릴수밖에 없는겁니다.

 

@벱시골라  

···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고전역학에서 빼놓을수없는 내용이니 설명하시는것처럼 상대성이론을 대학생수준으로 끌어올려서 가르치고 수능에 출제해야될까요? 아니면 완벽한설명을 할수없으니 교과과정에서 빼야할까요? ··· 사실 지적한문제점이랑 오류들은 빛에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가지기위한 '사고실험'이라는점과 문제집마냥 교과서만 보고 공부하는것이아닌 '고등학교수준'안에서 '교사의수업과 병행'한다는점만으로도 다해결될문제입니다. 현재 교과과정에대해 현직교수님들께서 고민하고 학박사과정이아니라 고등학교 수준을 정해서 내놓은 결론입니다. 제시한오류는 대학교수준인것들이고요. 1시간동안 해결책은없이 비판적인내용만 말씀하셔서 댓글남깁니다.

 

@인프피수집가  

··· 결과적으로 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고, 이로써 발생하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교과서와 학생 사이의 맥락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 여기서 맥락은 교사입니다. 교사는 교과서의 내용에 맥락을 덧붙여 (교수학적 변환) 학생에게 전해주고, 학생은 교과서의 내용에 맥락을 덧붙여 자신의 지식으로 만듭니다. 때문에 교과서의 내용이 '학문적으로 엄밀하지 않아도' 괜찮은 겁니다. 교과서와 학생 사이에는, 고등교육을 이수한 '물리학과 교수학의 전문가' 가 있다는 것을 항상 가정하고 만들어지거든요. ··· 과학 지도서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굉장히 자세하고 엄밀한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전공책을 떠올리게 하는 두께와 내용입니다. (적어도 제가 가르치는 과목에선 그렇습니다.) 때문에, 영상에서 말씀하신, 과학 비전문가가 교과서를 만들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꼭 물리학 '지도서' 한번 구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searchlightss  

··· 근데 교과서를 전공자의 시선으로 다가가면 안됨.. 타게팅은 항상 “5등급 학생”임. 고교에서 배우는것은 실체적 진실과 괴리가 있다 이 말은 옛날부터 있었으나 교과서의 목적에 위배되지않아서 그냥 두는 것. 전과목 모든 교과서에서 이런식으로 흠 잡으려면 다 잡을수있음 ···

 

@SCIENCE-v2z

···  과학적으로 엄밀하지 못한 내용이라도 설명하고 싶은 공유 속성을 명확하게 담고 있는 모형이나 도식이라면, 그것을 활용하여 지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지는 못하더라도 명확하게 그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과학적 내용을 엄밀하게 바꾼다고 해서 정말 학생들이 유토피아처럼 이상적으로 과학에 흥미를 가져주고 이해를 잘 해줄 수 있을까? 본인의 지식과 지적 수준이 뛰어나고, 과학에 강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그러한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교과서는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보편적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정된 시수 내에서 지정된 교과 내용을 효율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집필된 교재입니다. DMT님의 영상은 정말 좋아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라는 말씀만 남기시고 종합적으로 명확한 대안도 없이 집필자들의 많은 고뇌가 담긴 교과서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듯한 영상이라고 느껴져 댓글을 남깁니다. ···

 

@sAn_mm  

교과서는 과학적 정밀성보다는 개념 이해와 흥미 유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객관성을 중시하는 수능에서는 출제되지 않습니다. 영상과 같은 엄밀함으로 고등학생에게 상대성 이론을 수업하려면, 배경지식 설명만으로도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교사들 역시 교과서의 표현이 과학적으로 어색할 수 있다는 점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교사나 교수 중에는 수능 출제에 관여한 이들도 많습니다. 만약 그들이 해당 오류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수능 문제에서도 빈번하게 오류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음악쌤-w4b

공교육에서 말하는 “교육적” 인 것과 과학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적“ 인 것의 정의가 다릅니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는 이 영상에서 말하는 문제점들이 큰 문제일 것이라 생각하나, 공교육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두가 최소한의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해야합니다. 이 영상 찾아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학교에서도 과학을 재밌게 들으셨겠죠. 근데 저만해도 수학 과학은 교사가 아무리 재밌게 수업해도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지금 학교 상황은 그때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교과서 설명이 오류가 있고 부족하다 하더라도, 이 영상의 모든 부분이 교과서에 들어간다면 그걸 설명할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억지로 들어야 하는 학생들이 더더욱 과학을 멀리하게 되는겁니다. 이 영상의 주장과 댓글에서 싸우는 분들의 논리는 과학 덕후로서 화난 것처럼밖에 안보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공교육이 무시당하더라도 검정을 맡은 사람들이 적어도 여기서 싸우는 여러분들보단 훨씬 과학을 전문적으로 평생 공부한 사람들일텐데 너무 오만하지 않은가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분명 교과서가 이렇게만 설명한 건 현장의 한계와 이유가 있는겁니다. 이것조차 교사의 비루한 변명이라 생각하신다면… 뭐 존중합니다. 다만 제 실제 인생에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나는 이런 비판들을 여러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학생과 교과서 사이엔 항상 ‘교사’라는 전문가가 있기에 교과서엔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은 참으로 무책임한 변명으로 느껴졌다. 과연 그들 주장대로 ‘빛거울문제’의 문제는 교사의 존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 될 수 있을까? — 교과서의 해당부분을 직접 보면서 다시 생각해보자 :

동아출판 물리학Ⅰ교과서 (15개정)  65page와 66page

 

증거에 기초한 토론과 논증’을 통해 ‘문제 해결력’을 기른다는 동아출판 물리학Ⅰ의 빛거울문제에는, 문제풀이를 위한 필수조건 조차 없다. 기본적으로, 광원이 없다. 아인슈타인이 거울로 자신을 볼 수 있을지를 따지려면 외부의 빛이 얼굴과 거울에 반사되어 다시 눈으로 들어와야 한다. 헌데 빛이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경로를 따진다는 말인가?

 

어떤 교사는 ‘고등학교 교과서는 학술적 엄밀성 보다 흥미유발을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에 그런 질문은 던지는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만약 그런 목적이었다면 문제 구성을 바꿔야 한다[1]. 지금 교과서는 그저 흥미유발을 목적으로 ‘이런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라’고 재미있는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의 빛거울문제는 학생들에게 ‘아인슈타인이 거울로 자신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예/아니오로 답할것을,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모순점을 찾아내서 ‘조리있게 설명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교사는 ‘교과서는 교사의 지도를 전제로 쓰여지므로 부족한 조건은 교사가 보충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허나 진정 그렇다면, 교과서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교과서가 교사 없이는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불완전하게 쓰였다면, 학생들은 스스로 예습 할 수 없다. 수업시간에 교사가 부족한 부분을 완벽히 체워서 설명한다해도, 그것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다면 스스로 복습 할 수도 없다. 묻는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도 없을 정도로 교과서가 독해불능의 상태라면, 학생들이 완전히 이해 할 때까진 항상 교사가 곁에서 도와야 한다.

 

실제로 위의 빛거울 문제는 그정도로 부실하다. 교과서는 ‘민수와 아인슈타인이 자신을 볼 수 있는지’를 단답형으로 묻고 있지만, 문제에는 광원도 없고 빛을 입자로 볼것인지 파동으로 볼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그런 조건하에서 답은 달라지는데, 따라서 교과서만으로는 1번 질문에도 답할 수 없다. 애초에 왜 그런 조건들을 뺀것인가? 물론 한권의 교과서에서 모든 의문점들을 다 해소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읽을 수는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누군가는 ‘그런식으로 따지면 모든 교과서를 흠잡을 수 있다’거나 ‘모든걸 엄밀히 하자면 교과서는 대학전공교재가 된다’며 빛거울문제에 대한 비판을 교과서에 대한 과도한 트집잡기라 주장한다. 헌데 그런 주장이 타당성을 얻기위해선 반드시 ‘빛거울문제의 오류는 어떤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용납할만한 오류임’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교과서와 <수능특강>의 빛거울문제는 어떤 정확한 교육적 효과를 위해서 설계된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냥 잘못 설계된 문제다.

 

교과서는 교육적 목적을 위해 언제나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구 공전궤도의 이심률은 약 0.0167인데, 그 정도 이심률을 가지는 타원은 육안으로 봤을때 완벽한 원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덜 찌그러져 있다. 하지만 행성궤도가 원이 아닌 타원이란 사실을 가르치는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목표이므로, 이를 위해 교과서는 그 이심률을 과장해서 그릴 수 밖에 없다. 이는 분명 거짓말이지만, 교육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인 것이다.

 

대학에 간다해도 상황은 딱히 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물리학과 졸업생 조차 ‘양성자는 3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고 아는데, 이 또한 거짓말이다. 양성자는 셀 수 없이 많은 글루온과 쿼크와 반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양성자는 두개의 up 쿼크와 하나의 down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는 문장은, ‘양성자의 전체 시스템에서 보았을때 up 쿼크가 anti-up 쿼크보다 두개 더 많고, down 쿼크가 anti-down 쿼크보다 하나 더 많다 ’는 문장의 축약된 표현이다[2].

 

아마 많은 교사들이 교과서와 수능특강에 실린 빛거울문제를 그 정도의 ‘선의의 거짓말’로 본것 같다. 하지만 빛거울문제는 그렇게 어떤 교육적 효과를 노리고 설계한 ‘선의의 거짓말’이 아니라, 그냥 잘못 설계된 문제다. 예를들자면, 그것은 이심률이나 쿼크의 경우가 아니라 22학년도 수능 생물Ⅱ 20번과 비슷한 경우이다.

 

해당문제에서 주어진 조건을 따라 계산해보면, 특정개체의 수가 음수로 나온다. 즉, 그것은 모순된 조건을 내제한 잘못 설계된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평가원은 ‘조건이 모순이어도 답을 내는데는 문제가 없다’며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3] :

이 문항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인 ‘진화의 증거 사례를 조사하여 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를 근거로 집단Ⅰ과 집단Ⅱ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 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입니다. ··· 그 결과 이의신청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문항의 정답을 ⑤번으로 유지합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심사 결과 보도자료

 

이런 평가원의 권위주의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는 ‘오류가 있어도 그건 다 그럴만한 이유나 사정이 있다’는 일부 교사들의 태도와 닮아있다. 그런데 빛거울문제의 오류는 생Ⅱ 20번의 오류보다 더 심각하다. 생Ⅱ 20번의 경우엔 모순된 조건을 그저 무시해버리면 답을 내는덴 문제가 없지만, 빛거울문제는 상대론 단원 전체 논리구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해당부분의 논리가 엉터리라면, 그 위에 무언가를 쌓는것은 모래위에 집짓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따라서, 빛거울문제에 대한 지적을 교과서에 대한 과도한 트집잡기라 주장하려면 ‘빛거울문제의 오류는 어떤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용납할만한 오류임’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실제 내용에 대해 지적한 교사는 한명 밖에 없었다 :

@GoB_Lin  
현재 물리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생각하신 것과 달리 동아출판 교과서의 탐구활동에 심각한 문제는 없습니다.
광속의 절대성을 가르치는 목적이 아니라,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에 불만을 일으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가르치기 위해 제시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개념변화 수업모형).
고등학생이 가지고 있는 빛의 속성이 고전물리와도, 현대물리와도 다르다는 점도 있고요.
(하지만 모든 학생이 교육과정의 맥락을 다 아는 게 아니라, 실제 수업에선 주의해야 합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두 가정을 아무 근거 없이 제시만 하는 구성도 문제고요.)




교과서 탐구활동의 전제, 조건은 아래와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빛의 속도로 운동한다는 상황 설정은 광속의 절대성을 학습하지 않은 교육과정의 맥락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고,
2. 조건이 부족한 것은 교육 시스템과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의 특징(반드시 교사가 지도한다는 가정) 때문이며,
3. 교육과정의 맥락 속에서 광속은 이미 상수로 주어지기 때문에, 학생에게 빛의 속도는 누가 보든 c여야 합니다. (빛이 파동성)
4. 하위헌스 원리는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은 파원으로부터 진행한 거리로 파동의 속력을 측정하는 방법을 알지 못 합니다. (빛을 입자처럼 다루게 됨)
5. 광속 불변 원리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은 물체의 속력이 c에 도달하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3~5에 의해 학생이 알고 있는 빛은 고전 물리학의 빛과도 다르고, 현대 물리학의 빛과도 다릅니다. 그래서 실제 과학사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모순을 학생들은 발견할 수 있습니다.
6. 교사용 지도서의 해설이 '얼굴에서 출발한 빛이 거울에 도달하는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교사용 지도서는 구하지 못하셨을 것으로 보입니다), 낮의 지표면 근처처럼 언제 어디서든 얼굴이 반사할 빛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관성계에 대해 이해한 사람이) 주어진 상황을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민수의 관성계에서와 아인슈타인의 관성계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 하는 대상이 달라지게 되죠. 하나의 상황에서 서로 다른 두 사건이 발생하므로 모순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동아출판 물리학I 교과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와 광속 불변 원리를 단순히 제시하고 있고(그나마 지도서는 각각을 설명하라고 자료를 주긴 합니다만...),
다른 문제점도 있어서(알파 입자, 베타 입자 또한 관찰될 수 있는 안개 상자 실험을 뮤온 관찰 실험으로 제시하는 등)
저라면 수업에 사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면 수능특강은 마지막 결론을 '어떤 관찰자가 보든 빛의 속도는 동일해야 한다'고 내리면서 이런 맥락으로도 해석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쪽은 오류라고 봐야합니다.


@DMTPARK
동아출판의 '빛거울문제'엔 광원조차 없습니다. 애초에 빛이 없는데 어떻게 거울을 보죠? 적외선 고글을 끼고 얼굴에서 나오는 적외선 복사를 보는 상황을 생각하길 바라진 않았을겁니다. 그런 기본적인 조건조차 빠진건 교과서 저술의 어떤 제약을 고려하더라도 납득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갈릴레이 상대성 원리에 불만을 일으키는것'이 목적이라 하셨는데, 영상에서 설명드렸듯 학생들이 봤을땐 그 상황속에선 어떤 모순도 찾을 수 없는게 정상입니다. 모순이 없는 상황에서 모순을 찾으라는것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교사들께서 생각하시는 '심각한 문제'는 어떤것인지 궁금하군요.


지금 번호를 붙여 말씀하신 부분 또한 여러가지 측면에서 모순적입니다. 교사가 지도하기에 조건이 부족해야 된다 하셨지만, <수능특강> 또한 그런 전제로 쓰여지나요? 교과용 지도서 해설은 '얼굴에서 출발한 빛'이라 하셨는데, <수능특강>의 광원은 지면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광속이 이미 상수로 주어진다'는 것이 '빛을 파동으로 다룬다'로 연결되는진 모르겠으나, 영상의 <뉴튼>책 에서 보여드렸듯, 그런 상황이라면 매질에 대해 움직이는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못보고 매질에 대해 정지한 민수는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상대론을 배우지 않은상태에서 하는 이런 사고실험 자체엔 아무런 모순이 없습니다.


영상에서 보여드렸듯, 교과서 빛거울문제의 목표는 '갈릴레이 상대속도 공식을 광속에 적용하는 사고실험을 통해 모순이 생김을 보여라'입니다. 그리고 그런식으로는 아무런 모순이 안나옵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뉴튼시대에 그런 모순을 발견했겠죠. 교과서와 수능특강의 빛거울문제는 근본적으로 잘못 설계되었습니다. 어떤 교육현장의 어려움이나 특수성을 말씀하셔도 교과서에 그런 오류를 실어도 된다는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GoB_Lin  
파동으로 다룬다는 연결은 제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맞습니다. 입자로 보아도 반사된 빛의 속력이 변한다는 보장은 없는데, 제가 놓친 것 같네요.
다른 부분은
조건이 부족해도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은 이유 1로
모순을 발견하기 위한 광원 조건과, 이를 활용한 수업 맥락을 2로
하여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1. 우리나라 교과서는 반드시 교사의 지도 하에 교과서가 사용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집니다. 때문에 학생들의 비논리적인 일상적인 사고만으로 전제할만한 조건은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활동 과정에 교사가 개입하고, 의도를 벗어나면 개입하라는 식입니다.


- 이 방식이 좋은 방식은 아닙니다. 교사가 놓치는 경우도 있고, 교사가 오개념을 가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저 또한 이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방식이 너무 일상적이라 이 정도를 심각하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2. 광원을 '지면에 고르고 수직하게 입사하는 평행광'으로 전제하고, 얼굴 표면을 난반사를 일으키는 표면으로 간주한다면 모순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면에 고르고 수직하게 입사하는 평행광은,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태양광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 고전적 시공간 개념 하에서, 지면과 동일한 속도의 좌표계를 설정하고, 임의의 시각 t에서 두 사람(A, B)의 얼굴이 빛을 가장 가까운 거울 방향으로 반사했다고 합시다.
- 설정한 좌표계에서 관성력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합시다.
- 설정한 좌표계에서 사람 A는 지면과 동일한 속도로 운동한다고, 사람 B는 지면에 대해 c의 속력으로 등속도 운동한다고 합시다.
- 시각 t에서 반사된 두 빛은 얼굴에서 출발한 빛이라고 부릅시다. 누구의 얼굴에서 반사됐는지까지 붙여주면 너무 길어지니까요.




-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빛은 c의 속력으로 운동한다고 합시다. (교육과정의 맥락. 학생이 알고 있는 지식)


이때, 갈릴레이 변환을 사용하여 A와 같은 속도로 운동하는 관성계에서 상황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도출됩니다.
- A의 얼굴에서 출발한 빛은 정지한 거울을 향해 c의 속력으로 입사합니다. 잠시 후 빛은 거울에서 눈을 향해 반사되어 A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 B의 얼굴에서 출발한 빛은 c의 속력으로 운동하는 거울을 향해 c의 속력으로 이동합니다. 이 경우 이 빛은 거울에 닿지 못합니다. 그 결과 B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갈릴레이 변환을 사용하여 B와 같은속도로 운동하는 관성계에서 상황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도출됩니다.
- B의 얼굴에서 출발한 빛은 정지한 거울을 향해 c의 속력으로 입사합니다. 잠시 후 빛은 거울에서 눈을 향해 반사되어 B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 A의 얼굴에서 출발한 빛은 c의 속력으로 운동하는 거울을 향해 이동합니다. 이때 학생들이 배운 지식의 한계로 인해 빛의 속력은 c입니다. 이 경우 이 빛은 거울에 닿지 못합니다. 그 결과 A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갈릴레이 변환에 대한 지식, 빛의 속력에 대한 지식 둘을 하나의 상황에 동시에 적용했더니 서로 다른 두 결과가 도출되었으므로 모순입니다. 이 모순을 해결할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갈릴레이 변환(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만 틀렸다.
2. 빛의 속력이 c라는 전제만 틀렸다.
3. 갈릴레이 변환과 빛의 속력이 c라는 지식 둘 모두 틀렸다.
뒤이어 교과서는 '(전략) 오랜 시간동안 정밀한 실험을 하였지만 관측자의 속도에 따른 빛의 상대 속도 변화는 관측하지 못했다.'며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만 틀렸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잘 따라온 학습자는 '내가 알고 있던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에 불만족을 느낍니다. 이 상황에서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를 대체할 다른 지식,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소개합니다.
- 아직은 운동 법칙이 물리 법칙으로 표현만 바뀌었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릅니다. 학생의 개념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후 광속 불변 원리라는 새로운 법칙을 제시합니다. 광속 불변 원리는 상대성 원리에서 이야기하는 물리 법칙에 해당합니다. 두 원리를 받아들였을 때, '빛의 속력으로 등속도 운동하는 B'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 탐구활동에서 발견된 모순점은, 잘못된 전제(빛의 속력으로 등속도 운동하는 B)로 인해 도출된 것이므로 모순이 해소됩니다.
- 새로운 개념을 통해, 기존 개념으로 인한 모순이 해소되었으므로, 학생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광속 불변 원리가 필요합니다. 광속 불변 원리도 함께(결합하여) 받아들이게 됩니다.


당한 논리적 비약이 있고, 그래서 저도 좋은 설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육학적으로는,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을 학생이 받아들이게 되므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교과서에 실려있는 것이고요.


반면 수능특강에서 실린 사례는 맥락이 전혀 다릅니다. 마지막 결론이라고 제시한 부분이나, 교재 구성을 볼 때 개념 변화 수업모형을 활용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같은 자료임에도, 수능특강의 경우는 교재 편집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오해하신 것 같아서 하나만 정정하자면,
'교사가 지도하기에 조건이 부족해야 한다'가 아니라 '교사가 지도하기에 조건이 부족해도 된다'입니다.


수능특강은 그렇지 않으니 조건이 불명확한 점도 명백한 오류이고요.


@DMTPARK
지금 빛을 파동으로보는건가요? 그렇다면 A의 관성계에서 볼때 B 얼굴에서 출발한 빛은 거울에 닿을 수 없습니다. 음속으로 달리는 비행기에서 출발한 빛이 자신을 앞지를 수 없는것 처럼, 빛은 B 보다 앞에 있는 거울에 닿을 수 없습니다. 만약 빛을 입자로 본다면, A 관성계에서 볼때 B 얼굴에서 출발한 빛은 +2c의 속력으로 거울을 향해 발사됩니다. 지면에서 발사한 총알의 속도가 v라면, v의 속도로 달리며 쏜 총알의 속도는 2v인것 처럼요. '얼굴'이라는 각자의 광원을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면, 빛을 입자로 볼땐 A와 B 모두 자신을 볼 수 있고, 파동으로 볼땐 A는 보고 B는 못봅니다. 고전적 시간/공간 개념하에서 생각하는 학생들 입장에 내린 이 결론 자체에는 모순이 없습니다. 그 결론은 관성계를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고전적 시간/공간개념에서 상대론의 시공간 개념으로 넘어가는 것이 뉴튼역학체계에서 가능한 그런 사고실험으로 가능했다면 상대론은 19세기 이전에 등장했을 겁니다.


@GoB_Lin  
전체 물리학 지식체계에서 발생하는 모순이 아니라, 학생이 배워온 지식체계에서 발생하는 모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과학사나, 물리학의 논리와 괴리가 발생합니다.
물리학을 바르게 알고 보면 물리학적, 논리적 비약이 상당하죠.




생각하시는 대로, 빛을 파동으로 간주하면, 특정 시각 t에서 B의 얼굴에 존재했던 어떤 파원이 t보다 큰 시각 t'에서는 B의 등 뒤에 존재합니다.
- 빛의 속력은 파원으로부터 측정되므로, 이동하는 파원을 고려하면 B 자신의 좌표계에서도 B는 자신을 볼 수 없습니다.
-- 하지만 학생은 하위헌스 원리를 통해 파동의 속력을 고려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결과에 이를 수 없습니다.


생각하시는 대로, 빛을 얼굴에서 튕겨, 얼굴에 대해 c의 속력을 갖게 되는 입자로 간주하면, A가 볼 때 B의 얼굴에서 출발한 빛은 2c의 속력을 가지므로 B도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 하지만 학생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빛의 속력은 c이다.'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A가 본 B의 얼굴에서 출발한 빛도 c의 속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학적으로 옳은 결과에 이를 수 없습니다.




학생은 온전한 고전 물리학 체계가 아닌, 자신이 배운 물리학 체계를 가지고 생각합니다.
- 학생이 배운 물리학 체계 하에서, 빛은 마치 파동으로 고려한 경우처럼 항상 c의 속력으로 이동합니다.
- 하지만 학생은 누가 보더라도 빛이 c의 속력으로 관찰되기 위해서는, 로렌츠 변환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모릅니다.
-- 이러한 특수한 지식 체계 하에서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 이 모순으로 인해서 학생 자신의 물리학 체계는, 과학적으로 옳은 물리학 체계에 가깝게 변화합니다.
-- 동아출판의 물리학I 교과서는 이 과정을 통한 학습을 위해 자료를 선정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체 교육과정 자체가 잘못 짜여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외부에서 바른 개념을 학습해 온 학생도 있고, 제가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수업에 이런 흐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교과서의 구성은 이러하다고 설명드리려고 글을 적었습니다.


@DMTPARK
학생들이 광속불변을 알고 있다 하시지만, 교과서에선 빛거울문제 이전에 광속불변을 설명한적이 없습니다. 그건 교과서가 설명해야 할 대상이지, 학생들이 알고있다고 가정 할 대상이 아닙니다.


@GoB_Lin  
저 역시 불만인 부분입니다만,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선수과목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 채 만들어집니다. 물리학I 과목을 고등학교 2학년에 학습하는 과목으로 보지 않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2학년에 걸쳐서 학습하는 과목으로 간주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1학년에 이르는 과정 중 학생은 '빛의 속력은 상수 c이다.'는 지식을 '수성은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라는 지식처럼 암기하듯 학습합니다. 그 결과 물리학I 교과서에서 광속 불변 원리는 커녕 빛의 속력이 상수 c라는 언급조차 없더라도, 물리학I을 수강하는 학생은 '빛의 속력을 상수 c라고 생각하는 학생'으로 취급하는 것이죠.




그렇지 못한 학생은 이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가 그런 학생을 발견해서 놓치지 않고 지식을 주입한 뒤에 수업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의 맥락이라는 이유로 수업에서 언급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교과서에는 적혀 있어야 학생이 나중에 스스로 복습도 할 수 있고 놓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전혀 돼있지 않아 저도 안타깝습니다.


@DMTPARK
저 또한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을 거쳤던 사람으로서, 이런 교과서를 보며 큰 좌절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현장의 제약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영상을 업로드 후 달린 교육전공자 또는 교사들의 모든 댓글까지 고려하더라도 교과서 수준은 도저히 납득불가입니다. 아마 오늘 제 블로그에 댓글주신것도 GoB_Lin님 이신것 같은데, 교과서 저자는 분명 상대론적 효과를 '광속에 가까워져야 발현되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의 지식체계를 고려하고, 1등 부터 꼴찌까지 모두를 가르쳐야 하는 한계를 고려하고, 그외 다른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용납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건 상대론을 모르는 사람이 상대론 단원을 썻다는 뜻이니까요. 그런 내용이 수많은 전문가들의 감수를 통과했단 사실 또한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도 GoB_Lin님과 문답하는 과정에서 교과과정에서 빛거울문제가 어떻게 설계되었는지에 대해 보다 상세히 알게된것 같습니다. 차분하고 상세하게 답변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사실 제가 영상 업로드 후 지난 몇일동안 꽤나 원색적이고 저질스런 비난을 접하며 좀 날카로워져 있는데, 그때문에 답변이 다소 공격적이진 않았는지 걱정됩니다. 혹시나 그랬다면 이해 부탁드리고, 또 앞으로도 올바른 교육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GoB_Lin  
네 제가 적은 댓글이 맞을 겁니다.
저는 교과서에서 해당 내용 초고를 작성한 사람이 오개념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렇게 생각하면 교정 과정에서 비전공자에 의한 왜곡이 심하다는 뜻이니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이죠. 평가원이 검정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할 문제를 발견하지 못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표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영상을 보고 DMTPARK님에게 완전히 동의했다가, 며칠 생각하면서 아닌 부분을 발견하고 설명하느라 미흡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명하느라, 모순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교육과정의 맥락이 아닌, 광원 조건을 제시하는 실수가 있었죠. 물리교육 전공자인 저는, 누군가 이를 지적했다면 화날 게 아니라 부끄러워해야죠.


그 과정에서도 유일하게 의견이 달랐던 부분인, 과학적으로 오류인 상황이 교육과정 맥락에 따라 학습 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것만 설명이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제 목적은 그것 하나였으니까요.

 

이렇게 나는, 교사용 지도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 돌아 본 교과서의 모습은 훨씬 더 기형적이었다.

 

먼저, ‘교육과정상 학생들은 광속불변의 원리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주장은 어떤 면으로 보나 자기모순적인데, 일단 그 주장은 <수능특강> 내용에 정면으로 반한다 :

2025년 EBS 수능특강 물리학Ⅰ 76page 

 

<수능특강>에서는 빛거울 문제를 통해 광속불변의 원리를 도출해내고 있다. 이들은 ‘분석’의 ①, ②, ③을 거치며 빛거울문제를 분석한뒤, ‘point’에서 그 분석을 논리적으로 전개하여[4]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 ❛빛의 속력은 관찰자의 속력에 관계없이 광속 c로 일정하다.

 

<수능특강>교과서 검정을 맡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감수 하에서 출판된, 고등 교과과정의 틀에 맞게 쓰여진 교재이다. 그리고 그들은 분명 광속불변의 원리를 전제하고 빛거울문제를 낸것이 아니라, 거꾸로 빛거울문제를 통해 광속불변의 원리를 도출해 내고 있다. 이는 빛거울문제가 광속불변을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한다.

 

교과서에선 빛거울문제를 통해 광속불변의 원리를 도출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있진 않다. 하지만 빛거울문제 전후의 논리 구성은 교과서와 수능특강이 매우 비슷하다. 둘 다 먼저 상대성원리를 설명 한 뒤 빛거울 문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광속불변’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지점은 빛거울 문제 이후이다. 특히 빛거울문제에 대한 다음의 서술은 교과서와 수능특강이 복사-붙여넣기 수준으로 똑같다 :

◾️❛상대 속도 관계식에서처럼 빛의 속력도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고 생각하면 모순이 생긴다. 특히 서로 다른 속도의 관성계에서 물리 현상이 달라지므로 갈릴레이 상대성 원리에 어긋난다.— 빛거울문제에 대한 교과서의 서술

◾️❛상대 속도 식에서처럼 빛의 속력도 관찰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고 생각하면 모순이 생긴다. 특히 서로 다른 속도의 관성계에서 물리 현상이 달라지면 상대성 원리에 어긋난다.— 빛거울문제에 대한 <수능특강>의 서술

 

서로 다른 저자,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쓴 문장이 이정도로 비슷하면 표절 아닌가? 어쨋든 교과서와 <수능특강>의 빛거울문제는 전후 맥락도 같고, 질문의 구성도 같으며, 그에 대한 서술까지 같다. 그리고 빛거울문제 앞의 65page를 보면, 거기엔 이전에 배웠다는 광속불변원리를 상기시키고 있지도 않고, 설명의 내용 또한 학생들이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끼는 고전적인 절대시간/절대공간 개념을 전제로 하고있다. 즉 어떤 맥락에서 보더라도, 교과서 자체의 서술을 통해 ‘빛거울문제는 광속불변을 전제로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추론해낼 순 없다.

 

… 하지만, 좋다 — GoB_Lin님의 교사용 지도서엔 ‘빛거울문제의 풀이는 광속불변을 전제로 한다’고 서술된걸로 보인다. 또 그런 내용이 교과서에 없어도 교사가 중간에서 알려주면 된다고 하니, 그런 모든 주장을 받아들여보자. 즉, 교사는 이전에 배웠던 사실들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상시시켜, 빛거울문제를 마주한 학생들은 광속불변의 원리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가정 해보자. 하지만 그렇게 되면, 빛거울문제는 교과서의 그 자리에 존재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빛거울문제의 학습목표는 ‘사고 실험을 통해 갈릴레이의 상대속도 관계식이 빛의 속력에서는 모순이 생김을 설명 할 수 있다’이다. 그런데 갈릴레이 상대속도 공식 \(v_{AB} = v_B-v_A\)은 빛거울문제가 실린 바로 앞페이지에 명시적으로 소개되어 있고, 이 식은 빛거울 사고실험 없이도 광속불변원리에 대해 모순이다. 그저 관측대상을 빛으로 정하면, 지면에 대해 \(v_A\)의 속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보는 빛의 속력은 \(c-v_A\)가 되고, 이는 광속불변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광속불변의 원리를 당연히 여기는 학생들이 갈릴레이 상대속도 공식을 광속에 적용했을때 어떤 모순을 일으킴을 설명하는 것’이 학습목표 라면, 빛거울 사고실험은 필요 없다. 그냥 65page에서 \(v_B\)에 광속 \(c\)를 대입해도 광속불변의 원리는 지켜지지 않으니, 그로써 빛거울문제의 학습목표는 달성된다. 부족한 시수를 걱정하고, 교과서가 조금이라도 두꺼워질것을 걱정한다면, 왜 관성계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복잡한 논리를 따라가야 하는 빛거울문제를 넣는 것인가? … 좋다. 어떤 다른 교육적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니, GoB_Lin님 주장에 맞게 빛거울문제를 분석해보자.

 

우선, GoB_Lin님 주장을 토대로 교과서 빛거울문제의 물리적 상황을 정리해보자. 우선 해당문제에는 광원이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교사는 학생들에게 ‘광원은 민수와 아인슈타인의 얼굴임’을 설명한다고 한다[5]. 또한 문제에는 빛을 입자로 볼것인지 파동으로 볼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교사는 학생에게 ‘빛은 일종의 파동임’을 설명한다고 한다. 그리고 교과서는, 그런 조건 하에서 ‘민수의 관성계에서 보는 상황’이 학생들 머릿속에서 다음과 같이 그려지길 바란다고 한다[6] :

Fig#1

 

또한 교과서는, ‘아인슈타인의 관성계에서 보는 상황’이 학생들 머릿속에서 다음과 같이 그려지길 바란다고 한다 :

Fig#2

 

여기서 Fig#1의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못보지만  Fig#2에서는 볼 수 있다는 것이 교과서가 말하는 ‘빛의 속력으로 날아갈 때의 모순점’이라고 한다. Fig#1#2는 물리적으로 동일한 상황인데,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모순이라는 것이다. 과연 교과서가 이 문제를 통해 기대하는 교육적 효과는 무엇이며, 실제로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고전적인 물리개념 하에서 생각한다면 Fig#1에서 #2로 넘어갈 수 없다. GoB_Lin님 설명에 의하면 교사가 광속불변의 원리를 깔아줘야 ‘광속으로 달리는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볼 수 있다’는 Fig#2의 답을 얻을 수 있다것인데, 그렇다면 교과서의 그런 질문은 불필요 하다. 왜 1번 질문에서 ‘아인슈타인이 자신을 볼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인가? 학생들이 그에 대한 답을 어떤 종류의 논리전개를 통해 낼 수 없다면, 교과서가 원하는 ‘볼 수 있다’는 답이 어떤 맥락도 없이 교사가 던져주는 ‘광속불변원리’에서 나온다면, 그건 질문이 아니다. 그건 지식의 주입이다.

 

교과서는 4번 질문에서 ‘어떤 모순점이 생기는지’를 묻고 있고, 그 바로 다음 문장에서  ‘빛의 속력도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고 생각하면 모순이 생긴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은 마치, 그 ‘모순’이 어떤 일관된 논리전개를 통해 드러난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모순’은 어떤 논리전개의 결과가 아니라, 1번 질문에서 ‘광속불변’을 전재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전 교육과정속에서 ‘광속불변’을 당연한 지식으로 받아들였다면, 그 이상의 효과는 없다. 교과서 빛거울문제를 거친 결과는 ‘광속은 누가봐도 광속이다’라는 지식을 재주입한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 빛거울문제의 교육적 효과는 그저 65page의 갈릴레이 상대속도 공식이 광속불변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 경우 보다 못하다. 내용적으로는 후자의 경우와 같은데, 교과서 빛거울문제는 조건도 없고 논리적으로 답을 낼 수도 없어 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고전적 물리 개념으로 내릴 수 있는 답은 교과서가 원하는 답과 다르기 때문에, 교과서의 빛거울문제는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기 까지 하는 것이다.

 

GoB_Lin님을 비롯한 몇몇 분은 ‘질량이 0이 아닌 아인슈타인이 광속으로 날아간다 ’는 문제의 설정자체가 오류이며, 그 오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교과서 빛거울문제의 교육적 효과라고 주장한다. 나는 교과서가 그런 교육적 효과를 기대했을거라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그 또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서 다시 들여다보면 교과서의 구성은 더욱더 이상하다.

 

교과서 빛거울 문제의 제목은 ‘빛의 속력으로 날아갈 때의 모순점 설명하기’이고, 목표는 ‘사고 실험을 통해 갈릴레이의 상대 속도 관계식이 빛의 속력에서는 모순이 생김을 설명할 수 있다’이며, 교과서는 그 모순을 ‘빛의 속력도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고 생각하면 모순이 생긴다’는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아인슈타인은 광속운동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는 결론은 교과서의 어떤 서술을 통해 알 수 있는가? 그런 설명은 빛거울문제의 제목에도 맞지 않고 목표와도 다르며 이어지는 서술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교과서가 실제로 그런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고 빛거울문제를 냈다면, 왜 그 목표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가? 가르키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숨기는것이 교과서의 서술전략인가?

 

나는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있는 독자분들의 심경이 궁금하다. 교과서와 <수능특강>은 서로 다른 저자에 의해 쓰여졌고 서로 다른 출판사에 의해 발간되었는데, 일부 문장은 표절수준으로 비슷하다. 헌데 그 둘은 같은 교육과정하에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완전히 다른 논리구조를 가진다. 교과서에서는 광속불변을 전제로 빛거울문제를 풀어야 한다하고, <수능특강>에서는 빛거울문제를 통해서 광속불변을 유추한다. <수능특강>이 광속불변을 유추하는 논리전개는 노골적으로 엉터리다. 주어진 그림에서는 광원을 지면에 대해 정지시켜 놓았는데, 해설에서는 갑자기 ‘얼굴에서 출발한 빛’이란 표현을 쓰며 광원이 관측자와 함께 운동하는 상황에 대해 기술한다. 그런데 교과서엔 아예 그런 풀이를 위한 필수 조건조차 없다. 또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어떤 모순을 찾아낼것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교사의 도움없이는 학생 스스론 찾을 수 없는 모순이다. … ‘난장판’이란 단어는 이런 상황에 써야 하는것 아닌가?

 

지금부터는 자연스러운 논리전개를 통해 상황을 좀 정리해보자. 상대론을 배우지 않았으며 고전적인 절대시간/절대공간 개념을 기반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Fig#1의 상황을 아인슈타인의 관성계에 대해 나타내라’ 라고 주문하면 당연히 다음과 같이 그릴 것이다 :

Fig#3

 

심지어 교과서 스스로도 빛거울문제 바로 전 page 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 ❛ 예를 들어 지면을 기준으로 50km/h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차는 지면에 정지한 사람에게는 그 속도가 50km/h로 관측되지만, 기차와 같은 방향으로 50km/h의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0km/h로 관측된다 …

 

그러니까, Fig#1에서 아인슈타인의 속도를 시속 50km라 하고 그 위의 점선을 아인슈타인이 타고 있는 기차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확히 교과서가 기술하고 있는 그 ‘기차 예시’에 대한 도식이 된다. 그리고 그 상황을 아인슈타인의 관성계에서 나타내면, 당연히 Fig#2가 아니라 Fig#3와 같다. 따라서 학생들 머릿속에서 hyperbolic rotation 도식이 그려지길 바라는게 아니라면, 빛거울문제의 물리적 상황은 상대론을 배우지 않은 학생들의 논리 속에서 Fig#2가 아니라 Fig#3로 그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물결파나 음파와 같이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파동에 대한 기술과 같다. 물위에서 물결파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오리는 물결파의 한쪽 파면에 대해 정지해있고, 음속으로 달리는 여객기 또한 음파의 한쪽 파면에 대해 정지해 있다. Fig#1은 그런상황을 매질에 정지한 관측자의 관성계에 대해 나타낸 도식이고  Fig#3는 매질에 대해 물결파 또는 음파의 속도로 운동하는 관측자의 관성계에 대해 나타낸 도식이다.

 

따라서 상대론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빛이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고전적인 파동과 같다 생각하는 학생들이라면, ‘민수는 빛을 볼 수 있고 아인슈타인은 볼 수 없으며, 이 사실은 관성계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는 것이 경험을 통해 익숙히 알고있는 고전적 물리개념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답이다. 실제로 영상에서 소개한 과학잡지 <뉴튼> 또한 그런 설명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설명은 역사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매질 속에서 파동과 같은 속도로 달리는 사람이 자신이 낸 파동의 한쪽 파면에 대해 정지해 있다는 것은 음파나 물결파 등에 대한 보편적 현상이며, 아인슈타인 등장 이전 절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실제로 빛 또한 그런 일반적인 파동과 같을거라 생각했다. 그들의 고전적 페러다임 속에서 Fig#1의 상황을 아인슈타인의 관성계에서 나타내면,  Fig#2가 아닌 Fig#3가 그려진다. 그리고 그러한 결론에 대한 모순은 어떤 ‘사고실험’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빛에 대한 ‘실제실험’ 속에서 발생한다. 고전적 시간/공간 개념에서 상대론의 시공간 개념으로 넘어가려면 반드시 그런 실험적 연구를 소개해야 한다. 하지만 교과서는 그렇게 고전적 페러다임을 일관되게 전개하지 않고 아무런 맥락없이 상대론의 해법을 전제함으로써 물리학Ⅰ을 배우는 고등학생들이 상대론의 원리를 이해 할 중요한 기회를 망쳐놓았다.

 

교과서는 학생들 머릿속에서 빛거울문제에 제시된 물리적 상황이 민수/아인슈타인 관성계에서 Fig#1Fig#2로 그려지길 바라지만, 학생들이 고전적 페러다임 속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Fig#1과 물리적으로 동일한 상황은 Fig#2가 아니라 Fig#3이다. 그리고 동일한 논리선상에서 Fig#2와 물리적으로 동일한 상황은 Fig#1이 아니라  Fig#4이다 :

Fig#4

 

교과서와 <수능특강>의 빛거울문제는 근본적으로 잘못 설계된 문제이며, 따지면 따질수록 소득은 없고 복잡해지기만 한다. 이 문제를 이해하고 바로잡기 위해선 물리전공자들 조차 긴 토론을 해야하며,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했듯 EBS 강사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21학년도 <수능특강>강의에서 EBS 장동호 강사는 ‘정지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건 말도 안된다’는 빈껍데기 같은 말로 논리를 뭉게버렸다. 아마 절대다수 학생들은 이해하려 한두번 시도하다가 그냥 포기할 것이다.

 

공교육에 몸담고 있는 많은 교사들은 반사적으로 교과서를 변호했지만, 그들의 논리는 빛거울문제 만큼이나 엉터리였다. 단 한명을 제외하곤 ‘교과서는 당신보다 훌륭한 전문가들이 깊은뜻을 가지고 썻으며, 교과서에 조건이 부족하거나 오류가 있다면 그건 다 이유가 있다.’며 비판의 내용은 무시한체 무조건적으로 교과서를 감쌋다. 그런 반응은 ‘조건이 모순이어도 답을 내는데는 문제가 없으니 당신들 지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평가원의 권위주의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와 전혀 달라보이지 않았다.


[1] 빛거울문제는 여러 교과서나 <수능특강> 교재에 보편적으로 실려있는데, 대부분 조건이 없거나 엉터리 논리를 펼친다. 내가 본 것 중 조건과 논리를 제대로 갖추었으며 교육적효과를 낼 수 있는 형태로 빛거울문제를 수록한 유일한 교과서는  금성출판사의 15개정 물리학Ⅰ 교과서였다. 해당 교재 60page에 실린 빛거울문제는 광원을 명시하고 있으며, 그 조건에 맞게 ‘거울 속 얼굴’이 아닌 ‘광원을 볼 수 있는지’를 묻고있다. 또한, 그속에서 어떤 종류의 모순을 찾을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만약 사람의 속력이 빛의 속력과 같아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이정도 구성의 빛거울 문제라면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기에도 좋고, 논리적으로 문제도 없으며 충분한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4] 물론 엉터리 논리다. 문제에서는 ‘지면에 고정된 광원’을 설정했는데, 풀이에서는 갑자기 ‘얼굴에서 나온 빛’을 따지며 ‘광원이 관측자와 함께 움직이는 상황’에 대해 분석한다. 제시된 사고실험의 결과는 빛을 입자로 다루는지 파동으로 다루는지에 따라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문제에서는 그 조건을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또한 고전적 시간/공간 개념 하에서 수행되는 그런 사고실험에 대해서는 빛을 입자로 다루든 파동으로 다루든 그 결과가 관성계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주어진 문제상황에 대해선 ‘point’에서 말하는 그런 ‘관성계사이의 모순’이 없다. 고전역학의 모순은 그런 사고실험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실험의 결과와 빛에 대한 실제실험 사이에 존재한다.

[5] 

앞서 소개한 금성출판사의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예/아니오로 정확히 답하길 원하는 구성때문에 거울의 위치는 아무렇게나 둘 수 없다. 만약 Fig#1에서 아인슈타인의 거울이 민수방향을 향하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렇다면 아인슈타인 얼굴에서 나온빛은 민수쪽을 향해야 하는데, 교과서가 광속불변을 전제하고 있다면 그 빛은 광속을 가지고 민수쪽으로 향해야 한다. 즉, 질문에 대한 답은 광원의 위치와 빛의 물리적실체 말고도 얼굴이 향한 방향에 대해서도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여러모로 교과서가 대단히 무책임하다고 느낀다. 동아출판의 빛거울문제는 조건도 없고, 그림도 명확하지 않은데, 질문은 ‘생각해보라’가 아닌 예/아니오의 단답식이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엄밀한 논리를 전개해야 하는데, 아마 하면 할 수록 미궁으로 빠질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 끝에 얻는것은 없다. 학생들은 여기서, 그저 아무런 맥락없이 ‘광속은 불변이다’라는 지식을 주입받는것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없으며, 오히려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한 후 ‘역시 상대론은 이해할 수 없어’라는 좌절만 얻게될 것이다.

[6] <고교 물리 I 특수 상대성 이론 단원을 위한 수준별 시공간 그림 수업모형 개발> (2013, 진형욱) — 본 연구에 의하면, 이정도 시공도표 space-time diagram 는 고교생이 소화하기에 적절한 수준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