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도시숲'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어떤 위해 역할을 하는가?
얼마전 집근처 공원에 ‘기후대응 도시숲’을 조성한다는 현수막이 걸렸고, 매일같이 중장비가 드나드는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었다. ‘ … 기후대응? …’ 그것은 어떤 기후를 어떻게 대응한다는건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느껴졌지만, ‘기후’, ‘환경’같은 단어는 이미 별다른 설명없이도 의미가 통할정도의 유행어가 되었으니 대충 알아듣고 넘어갔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인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과학에 기반하여 확고하게 밝혀진 사실이다[1]. 그것은 인류가 당면한 매우 심각하고도 중요한 문제이고, 많은 이들이 그 긴박성을 느끼며 전지구적인 노력에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중병에 걸린 사람이라해서 진단없이 아무 약이나 먹을 수 없듯, 지구와 기후를 위한다는 명분만 내세운다해서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대응 도시숲’엔 한달넘게 매일같이 온갖 중장비가 드나드는 대공사가 진행중이다. 중장비 위로는 검은연기가 피어오르고, 다량의 토사와 시멘트가 부어진다. 거대한 철관이 땅을 뚫고, 철판과 철근들이 투입된다. 그 모든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그것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과연 ‘기후대응 도시숲’은 그 모든것을 상쇄하고 추가적인 탄소저감에 성공 할 수 있을것인가? 나는 ‘기후대응 도시숲’이 어떤 취지하에서 조성되고 있는지 관련 보도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전국적으로 수백억[2] 이상 투입되는 ‘기후대응 도시숲’의 목적은 ‘탄소흡수, 미세먼지 저감, 도시열섬완화’이다[3].
일단, 미세먼지 저감은 ‘기후대응’이라는 이름에 포함 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 본다.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는 기본적으로 ‘온실가스로인한 지구온도상승’을 뜻하는 것이지, ‘대기오염’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심지어, 미세먼지는 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순수하게 기후위기를 극복한다는 측면에서보면 미세먼지저감은 오히려 역효과에 해당하는것이다. 예를들어,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산화 에어로졸 Sulfate Aerosol은 태양빛을 강하게 반사한다. 이러한 물질을 성층권에 분사하여 지표면으로 입사되는 태양에너지를 감소하려는 시도들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4].
‘탄소흡수’는 기후변화원인에 대한 대응이고 ‘열섬효과완화’는 기후변화결과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두가지를 위해선, 사람을위한 공원이 아니라 그냥 발디딜틈없이 빽빽하게 나무를 심는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는가? 그렇게하면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최소화하고 공사 이후 흡수되는 탄소는 최대화 할 수 있을것이다.
도시열섬을 해결하는것이 목적이라면 더욱 직접적인 방법들이 있다. ‘Passive Daytime Radiative Cooling, PDRC’은 페인트나 막형태로 태양빛의 거의 대부분을 반사함과 동시에 대기가 흡수하지 않는 8~13um 파장대역에서 열복사thermal radiation를 함으로서 태양빛을 직접받는 한낮에도 전력사용없는 냉각효과를 거둘 수 있다[5]. 2019년 기준 PDRC 폴리머 시트 polymer sheets 가격은 1제곱미터당 약 320원인데[6], 열섬효과 완화가 목적이라면 이런 냉각시트를 모든 옥상에다 코팅하는것이 훨씬 더 직접적인 방법아닌가? 심지어 공사중이라는 집근처 공원은 도심지역이 아니라 열섬현상이 없다. 또한, 부산에만 6곳에 150억을 들여 기후대응 도시숲을 조성한다는데 부산은 바다근처에 있어 상대적으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하며 산지면적도 50%에 달해 실질적으로 나무를 많이 심어서 볼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과연 ‘기후대응 도시숲’은 정말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대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그 공사는 그 목적과 효과에 대해 얼마나 탄탄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있는가? 나는 시민복지를 위한 공원조성에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대응 도시숲’은 기후변화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생각한다.
∷
[1] Scientific consensus on climate change - Wikipedia … ‘무엇이든 의심할 수 있는것이 과학적 태도다’라며 기후와 관련한 어떤 보도자료에도 반기들고 믿지않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학은,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매우 진보적인 활동임과 동시에 극도로 보수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물리에는 에너지보존법칙, 열역학 제2법칙, 광속불변의 원리 같은 절대적으로 여겨지는 법칙과 원리들이 있다. 이들은 가장 똑똑하고 의심많은 수없는 과학자들의 공격속에서도 강고한 실험적/이론적 토대를 지켜왔다. 인간활동이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런 과학자들에 의해 철저히 검증되었고, 그것은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만큼이나 확고한 과학적 사실이다.
[5] 이 연구는 2014년 photonic structure를 통해 실제 작동하는 PDRC를 구현함으로써 급물살을 타게 되었는데, 다음 영상은 네이처에 게제된 그 연구의 1저자의 발표이다 : How we can turn the cold of outer space into a renewable resource | Aaswath Raman
[6] Munday, Jeremy N. "Tackling climate change through radiative cooling." Joule 3.9 (2019): 2057-2060.
[7] 숨만쉬어도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사실은 내게 매우 상징적인 사실로 느껴진다. 자연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은 대단히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