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끝없는 현실왜곡
지난 2024년 10월 14일, nature의 한 자매지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논문이 게제되었다 :
A recent surge in global warming is not detectable yet[1]
좋은 제목이 그렇듯, 이 제목은 논문전체 핵심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구표면온도에 대한 독립적인 4세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구온난화의 급가속surge은 아직 감지할 수 없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이다. 헌데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이를 ‘지구온난화는 없다’고 제멋대로 해석한뒤 동료 부정론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
이는 ‘경제성장률 감소속도의 증가는 없다’를 ‘경제성장률의 감소는 없다’고 해석하는 정도의 처참한 문해력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유된 포스팅의 원 게시자는 KBS 9시 뉴스 앵커였던 민경욱이다. 그가 과연, 관사포함 딱 단어 열개로 구성된 영어제목 한문장을 해석 못해서 이런 포스팅을 했을까? 그가 이후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에 국회의원까지 지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정도 문해력에 그정도 중책을 맡았다는 사실이 큰 문제처럼 느껴진다[2].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위 논문의 결론은 다음 그림과 같이 독립적인 4개의 과학기구에서 발표한 지구온도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이다 :
민경욱의 포스팅을 공유한 박석순은 한국의 대표 기후변화 부정론자이다[3]. 그리고 그는 위 온도데이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다. 그는 위 지구온도 그래프를 ‘세계기상기구 WMO의 통제하에 조작된 그래프들’이며 이를 발표한 과학기구들을 ‘돈과 권력에 굶주려 과학적 진실을 은폐하는 부패집단’이라 주장한다[4] :
이 그래프들이 조작되었다면, 그것의 경향성을 분석하여 내린 논문의 결론은 무슨 의미란 말인가? 박석순은 논문의 제목도,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이제 곳곳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며 엉터리 속보를 공유하고 있다[5].
지구과학을 제대로 배우고도 지구 평면설을 주장을 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음모론이 필요하다. ‘그 모든 것은 조작되었고 세뇌이다’는 식의 논리[6] 말고는 그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 할 방법이 없다. 기후변화 부정론 또한 그렇다. 기후과학을 제대로 배우고도 인간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부정할 방법은 음모론 밖에 없다. 위에서 봤던 ‘NASA와 미해양대기청과 영국/일본 기상청 등 모든 과학단체가 돈과 권력에 굶주려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박석순의 주장이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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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음은 해당 논문 초록에 대한 번역이다 :
전 지구 표면 온도는 기후변화 모니터링을 위해 널리 연구되었다. 이와 관련한 최근 논란은, 1970년 이후 지금까지 온난화 속도의 급증surge 또는 가속화acceleration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본 연구에서는 통계적 관점에서 온난화 속도의 가속이 감지 가능한지를 조사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시간적 데이터에서 구조적 변화를 식별하는데 특화된 통계기법인 변화점 모델changepoint model 을 사용했다. 1850년부터 2023년까지 4세트의 온도기록을 분석한 결과, 온난화 급증에 대한 증거는 제한적이며, 대부분의 표면 온도 시계열에서 1970년대 이후 온난화 속도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이는 2023년에 기록적으로 높은 온도가 관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급증이 감지 가능하려면 최소 어느 정도의 온난화 추세의 변화가 필요한지 추정했다. 모든 데이터셋에 걸쳐, 현시점에서 온난화 급증이 감지되려면 온난화 속도가 최소 55% 이상 증가해야 한다.
[2] 제대로 해석하고도 그랬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일 것이다.
[3] 그는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과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을 역임했던 사람이다. 민경욱처럼 국가중책을 맡았던 사람인 것이다. 어떻게 그런 무지한이가 그런 고위직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인가? 오히려 반대로, 그런 무지함과 뻔뻔함이야 말로 그런 자리를 맡기위한 필수조건인 것인가?
[5] <지구의 온난화 신음 안들리나> (2007, 박석순, 세계일보) — 2007년의 박석순은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있다. 그의 모든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2007년의 박석순은 지구온난화가 전 지구적 사기인지도 모르고 이런 글을 썻던 것이다. 이런 모습은 2024년에도 정확히 반복된다. 2024년의 박석순이 ‘지구온난화는 사기’라며 공유한 연구결과는 지구온난화가 명백히 실존함을 말해주고있다. 예나 지금이나 박석순은 자신이 무슨말을 하고있는지 알지 못한다.
[6]<점점더 많은 사람들이 깨어나고 있다> — 엉터리 주장들을 모아놓고 ‘세상이 점점 깨어나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하는 두 음모론자들의 모습은 놀랍도록 닮아있다.